산업 산업일반

[도전! 2012 우리가 앞장선다] SK그룹

융합형 사업·수출지향형 기업구조 탈바꿈 기회 맞아<br>"공격 경영으로 위기 돌파" 올19조 투자 사상최대

최태원(가운데) SK 회장이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에서 하성민(왼쪽) SK텔레콤 사장,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생산된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SK




SK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성장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SK가 글로벌 성장을 자신하는 것은 기존 에너지ㆍ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양대 성장 축에 더해 반도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하이닉스반도체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하이닉스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SK에게 있어 하이닉수 인수는 단순한 인수합병(M&A)의 의미를 넘어선다. SK는 지난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와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라는 두 번의 점프를 통해 성장축을 확보한 것처럼 이번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발판 삼아 '제3의 점프'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SK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하이닉스를 선택한 것은 '기술'과 '글로벌'이라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ICT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은 '융합과 혁신'을 위한 사업다각화를 이루고, 중장기적으로 ICT 서비스업과 반도체 제조업간의 다양한 융합형 사업기회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반도체사업을 통해 확보한 하이닉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와 전세계 15개국 이상에 펼쳐진 하이닉스의 해외 사업망은 향후 SK가 글로벌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하이닉스 인수의 가장 큰 의미는 내수 기반에서 명실상부한 수출지향형 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SK그룹의 숙원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데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6개 제조업 계열사의 지난해 추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2조3,000억원, 수출 45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올해 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공식 편입되면 제조업의 수출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2010년 기준으로 매출 11조9,700억원 가운데 수출 11조6,000억원을 기록, 수출비중이 96.9%에 달하는 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되면 SK의 제조업 수출금액은 55조원을 넘어서고 수출비중도 70%에 육박하게 된다.

SK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성장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도 단행한다.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그 어느 해보다 '통 큰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K는 최근 하이닉스 인수를 포함해 사상 최대 규모인 19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올해 경영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총 투자액인 9조원보다 두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최종 인수를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 인수 비용 3조4,000억원을 제외하고도 16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SK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에 나서는 배경에는 '공격 경영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신년 미팅에서 "글로벌 환경 변화보다 빠른 속도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머지 않아 핵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관계사가 나서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준비된 상태에서 앞만 보고 달려나가고 있는 반면 SK는 이미 지난해 말 마무리했어야 할 투자와 채용, 조직개편을 포함한 새해 경영계획 수립이 지연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위기에 처해있다"며 "각 계열사별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와 채용규모 등을 획기적으로 늘린 경영계획을 수립해 보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당부는 '사상 최대 투자' 계획으로 현실화됐다. SK그룹이 밝힌 올해 투자금액 19조원은 3조원에 불과했던 10년 전 투자액에 비해 무려 6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역시 10년 전 3,000억원보다 6배 이상 많은 약 2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SK는 지난 2004년 이후 성장기반 확보 차원에서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투자 증가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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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이 같은 경영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올해 하이닉스를 포함해 채용규모를 7,000명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지난해 5,000명보다 40% 가량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올 자원개발에 2조1000억 통 큰 투자


'무자원 산유국' 실현위해 濠·브라질·印尼·중동에 IT·건설등 기술 제공
자원확보 협력 모델 주력

SK의 자원부국 경영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목표 아래 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투자한 만큼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구조로 탈바꿈시켰다. 선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에 이르는 지속적인 투자가 거둔 결실이다.

SK그룹은 이 같은 자원부국 경영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올해 자원개발 분야에만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1조3,000억원보다 8,000억원이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미래에 기업이든 국가든 자원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한 만큼 자원부국 경영을 확대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는 지난 2004년 최 회장이 "무자원 산유국을 이룩하자"고 선언한 뒤 매년 자원개발 투자규모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2004년 700억원이던 자원개발 투자금액은 2008년 5,000억원에 이어 2010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이후 불과 2년 만인 올해 두 배가 늘어난 2조원을 돌파한다.

이에 힘입어 SK의 자원개발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9,43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하반기에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며 연간 자원개발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3년 자원개발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선지 8년 만에 무려 20배나 늘어난 결과다.

최태원 회장은 이 같은 '통 큰 투자'뿐만 아니라 자원협력 모델로 글로벌 자원영토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 자원경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지하 400m의 석탄광구든 오지 밀림이든 마다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 자원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자원협력 모델은 한 국가와 민간기업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델로, SK그룹은 에너지ㆍ화학, 정보통신, 건설 등의 기술로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해당 국가는 SK의 자원확보에 협력하는 모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해 초 설 연휴도 잊은 채 2주간 남미와 호주를 잇따라 방문, 철광석과 석탄광산 등을 둘러봤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글로벌 현장경영을 자원개발지로 택한 것은 그만큼 자원부국 경영에 대한 의지가 높다는 방증이다.

최 회장은 브라질에서는 현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전, 발전소, 제철소, 자동차 공장 등의 시설을 항구와 연결하는 복합산업단지를 찾아 브라질의 산업 기반시설 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호주에서는 지하 400m의 앵구스플레이스 석탄 광구에 헬멧을 쓰고 직접 들어가 석탄생산 현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최 회장은 지난해 4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도 극한의 오지로 불리는 칼리만탄섬 내 고무농장을 찾아 묘목장과 조림지를 일일이 둘러보며 본격적인 고무 생산시기와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 등을 챙기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브라질, 호주, 중동,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자원국가를 직접 찾아갈 만큼 자원경영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경영진의 열정과 '통 큰 투자'에 힘입어 앞으로도 자원개발 성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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