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 성장과 고(高)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유로화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경제지표 악화가 ECB의 정책수단을 크게 제약하고 있어 유로화 급락세를 멈추게 할 방안도 부재한 상태다.전문가들은 유럽경제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진퇴양란에 빠져들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유로화가 달러화와 엔화에 대한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매도는 엔화 매수로 이어져 엔화가치는 반사이익을 얻어 급등하고 있는 양상이다.
◇유럽 경기둔화 우려 확산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정책 당국자로써는 접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앙등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독일정부가 발표한 1ㆍ4분기 경제성장률 1.6%는 연 3%의 건실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으로써는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수치다. 또 지난해 4ㆍ4분기의 2.6%와 비교했을 때, 경기 둔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지역에서 가장 건실한 성장세를 보여왔던 네덜란드도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유럽 전 지역에서 경기둔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져 이 같은 경기둔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크게 제약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독일의 4월 중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율 기준으로 3.5%로 집계돼, ECB의 목표치인 2%보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를 가진 ECB는 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결정 못했으며, 외환시장 관계자들이 유로화 매도에 더욱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됐다.
경제상황도 악화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도 사라지면서 유로화 가치는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이상 사상 최저치인 지난 11월의 0.8225달러도 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유로화 뿐만 아니라 달러에도 강세
유로화의 가치하락은 엔ㆍ달러 환율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환딜러들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사들이자 엔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엔화의 달러화에 대한 가치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 재무장관이 비록 현 엔화 강세가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지만 엔화강세를 용인하겠다는 발언을 해 엔화강세를 부추겼다.
엔화 강세를 인위적으로 막을 경우 유로화 급락으로 혼란스러워진 외환시장이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빠질 것으로 우려한 데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원화도 강세
24일 국내 외환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장중한때 1,280원대를 하향돌파, 전일보다 7원40전 하락한 1,277원60전까지 떨어졌으나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다시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의 추가하락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전망과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엔화뿐만 아니라 유로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최근 엔화강세가 유로화약세에 의해 촉발됐고 그 결과 원화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시장에서 이 같은 엔달러 환율 하락은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의 최대 경향성이던 엔과 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추가적인 유로화 약세, 엔화 강세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이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유로화 급락에 대한 유럽중앙은행의 시장개입과 엔강세를 부담스러워하는 일본당국의 입장이 추가적인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는 요인이다.
이날 시장에서 대규모 달러매수에 나선 역외세력의 움직임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참가자들은 엔달러환율이 120~125엔의 박스권을 완전히 벗어나 110대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이 들기까지는 여전히 원달러 환율도 1,280원선을 전후해 혼조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의식기자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