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류사오보((劉曉波) 변호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난 8일. 기자는 중국이 그렇게 고대하던 첫 노벨상 수상에 대한 중국인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알고 지내던 대학생ㆍ직장인 등 몇몇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한결같이 류사오보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중국이 인민에 대한 공산당 독재 합리화를 위해 자국 언론과 인터넷 통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외부세계와 중국 현실의 크나큰 간극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중국 당국은 공산당 지배에 반하는 기사는 아예 사전 검열을 통해 삭제하는 것은 물론 민감한 정치 기사는 보도분량과 신문의 지면크기까지도 정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터라 중국 언론에는 류 변호사의 수상 관련 사실 보도는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채 범법자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은 평화상에 대한 모독이라는 중국 외교부 발표문만 인용해 보도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노벨 위원회가 지난 89년 티벳 독립분리주의자인 달라이 라마에 이어 류사오보에 평화상을 수여했다"며 "평화상이 서방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 편집증적인 선택으로 중국의 발전을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지도부로서는 화가 날 법도 하다. 이번 수상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눈부시게 드러나고 있는 중국의 가공할 경제ㆍ군사력 팽창에 위협을 느낀 서방세계가 정치적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방이 인권과 민주 등 서방의 가치를 명분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중국식 사회주의를 몰라주고 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중국이 그토록 주창하는 중국식 사회주의에 자신이 있다면 왜 반체제 지식인을 가두고 언론을 통제해야만 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간의 개혁ㆍ개방으로 경제는 놀라운 발전을 했지만 공산당과 자본가의 부정한 결탁 등 내부의 부패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공산당 일당체제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진보지식인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은 됐지만 정치체계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단계로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