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로 예정된 유러화 출범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유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대책마련에 돌입했다.특히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각 그룹의 무역상사들은 유러화 출범을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확대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정보시스템을 재구축하고 금융전략도 새롭게 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유러화강세·달러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 이에 대비한 해외금융 및 자금운용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임영학(林英鶴) 이사는 『유러화 출범 초기에는 인지도와 안정성 측면에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약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수요가 크게 늘어나 유러화 강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은 유러화의 수요증가가 상대적으로 달러수요를 감소시켜 「양대 기축통화 체제」를 급속히 구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유러화 발행이 매년 250억달러 상당의 세뇨리지 이익(조폐이익·기축통화국이 통화를 발행함으로써 해외로부터 실물자산을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익)을 가맹국들에 안겨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유럽 금융기관의 대한(對韓) 투자유치와 자금조달을 위해 현지 투자법인을 통해 유러화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달러화로 편중되어 있는 외환보유액과 수출대금 가운데 상당부분을 유러화로 바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현재 수출결제의 89.1%와 수입결제의 81.0%를 달러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유럽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달러화 표시 차입금이 유러화로 전환될 경우, 환차손이 늘어나 경영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이들 기관과 조정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직접투자 입지가 좋았던 영국이 EMU에 참여치 않음에 따라 환리스크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 유럽생산 거점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LG 등은 이미 유럽 컨설팅업체를 통해 실무대책반을 구성해 유러화 출범에 따른 새로운 현지생산 전략을 마련중이다. 【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