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ㆍ4분기 우리 경제는 7년6개월 만에 3%대의 성장기록을 세웠지만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표시하는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지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을 표시하는 지표는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정작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한겨울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ㆍ4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3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2%를 기록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로는 지난 2002년 1ㆍ4분기 이후 7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0.9%를 기록, 10월 속보치보다 0.3%포인트 올라갔다.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3%포인트나 높게 나온 이유는 속보치 발표 이후 나온 9월 산업생산 및 서비스생산지수가 속보치를 만들 당시의 예상보다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반도체ㆍLCDㆍ자동차의 생산호조로 전기 대비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1.1%포인트 늘어난 9.8%를 기록했고 서비스업은 전기 대비 0.7% 증가했다. 지출별로 보면 내수가 3ㆍ4분기의 성장을 주도했다. GDP 기여도를 보면 내수가 4%포인트, 순수출이 -0.8%포인트였다. 내수 중에서도 재고증가 기여도가 2.8%포인트였다. 제조업체의 재고조정이 빠르게 마무리되면서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촉진된 것이다. 또 민간소비도 전분기 대비 1.5% 늘어나며 성장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세제혜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3ㆍ4분기 자동차 구매가 신차효과로 유지되면서 민간소비 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이처럼 호조세를 보인 반면 3ㆍ4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0.4% 증가하면서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11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늘어난 탓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3ㆍ4분기 성장률은 기저효과 등에 따른 것으로 GNI 증가율은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바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수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되며 이제는 성장의 내용과 질을 개선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