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전] 금융산업 벽이 무너졌다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산업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저금리의 경제기조가 굳어지면서 경쟁환경도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특히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그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벌들은 앞다투어 금융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5대 재벌이 모두 금융을 주력업종으로 선언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IMF 체제 속에서 이루어진 금융권 구조조정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금융 지각변동의 서막에 불과하다. 서울경제신문은 이같은 거대한 변화에 주목해 장기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금융산업의 벽이 무너진다. 「은행」「증권」「보험」「종금」 등으로 뚜렷하게 나뉘어 있던 금융산업은 바야흐로 영역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1금융권·2금융권·3금융권이라는 용어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다. 이른바 영역과 상품의 구분 없이 모든 업종을 영위하는 「유니버셜 뱅킹(종합금융 그룹)」이 금융산업의 새로운 조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산업의 경쟁은 「개별 금융기관」 중심에서 「금융그룹」 형태 위주로 벌어질 전망이다. 이는 금융산업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음을 예고한다. 이같은 「영역 허물기」는 정부의 그늘 속에서 안주해왔던 금융산업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치열한 경쟁의 장 한복판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다. 기업들이 차입경영 위주에서 벗어나고 저금리 기조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은행·종금·증권·보험사들은 과감하게 영역의 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선진국 초우량 금융기관들과의 「한판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도 이같은 추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미 금융선진국에서는 분업주의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전세계가 리얼타임으로 연결된 금융산업에서 국적영역 기득권이라는 기존관념은 더이상 무의미하다. 그 변화는 이미 거대한 흐름으로 국내 금융산업에 침입하고 있다. 은행을 핵심축으로 한 짝짓기(제휴) 열기는 무차별적이다. 은행이 증권과 손잡는 「사이버 증권」이 풍미한다. 단순 시장확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현실판단이다. 「은행의 증권화」는 저금리 속에 은행이 스스로 순응하는 「자연질서」다. 이는 또 은행이 이미 투자은행(CAPITAL MARKET BUSINESS)의 길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전통적 상업은행의 틀은 깨졌다. 이수길(李洙吉) 한빛은행 부행장은 6일 『국내 금융산업은 이미 「유니버셜뱅킹」으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단언했다. 최근 은행권의 「전략적 제휴」 바람은 종합금융 그룹을 향한 전주(前奏)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확산되고 있는 은행·보험간 제휴도 마찬가지. 아직은 은행 고객에게 보험을 들어주는 등의 초보단계에 있다. 김승동(金昇東) 주택은행 부행장은 그러나 『조만간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보험회사가 일반여신과 은행의 투자금융 부문을 영위하는 이른바 「방카슈랑스」도 태동 기미를 보인다. 유니버셜 뱅킹으로 도약하기 위한 은행의 움직임은 조직변화에서도 두드러진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사업본부제를 도입, 자본시장 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수합병(M&A) 중개, 각종 파생상품 개발 등 「미래형 은행업무」를 개발하는 게 주업무다. 종합금융사도 탈바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금리로 더이상 종금사의 설땅은 없다. 단순히 기업어음(CP)나 사고파는 거래는 통용되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지는 투자은행. 증권사와의 합병을 준비하고 부실채권시장 등 신규업무를 발굴하는 데 여념이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구조조정 후의 금융산업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금융기관의 대형화, 종합금융화가 급진전될 전망』이라며 『2002년 금융권별 재편이 일단락되고 2005년께는 금융그룹의 형태를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미래 금융산업이 『「금융그룹」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리고 세가지 변화모델을 제시했다. 은행을 모회사로 하고 투자은행·보험 등 여타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보유하거나 순수 금융지주회사의 형태로 모든 금융기관을 산하에 소유하는 방식 하나의 종합은행이 각 금융업을 사업부 단위로 거느리는 형태 등이 그것이다. 금융영역의 파괴는 선진국의 조류와 흐름을 같이한다. 당장 미국은 금융기관의 영역확장을 옥죄고 있던 글래스스티걸(분업주의) 법안의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니버셜 뱅킹을 향한 「메가머저의 열풍」, 거대한 이 흐름은 이르면 내년초에 우리에게도 파고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장봉(崔長鳳)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이미 조직을 금융권역별이 아닌 「기능 중심」으로 짜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법령개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은행업무지침은 할 수 있는 사업만을 규정한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돼 있다. 崔부원장보는 『언젠가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역이 철폐될 경우 금융기관의 이해가 충돌하는 것을 막는 장치만 마련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없앨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 구조조정에 이은 또하나의 거대한 조류, 그 흐름은 벌써 우리의 피부 속에 스며들었다. 『앞으로 2~3년 내에 금융산업은 과거 50년간 경험했던 것 이상의 격변을 맞을 것』(한빛 李부행장)이라는 말이 어느때보다 현실성있게 다가오고 있다. /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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