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교실] 생보상장 논란 쟁점은

생보업계와 시민단체가 생명보험사 상장 기준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초 8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상장 방안도 아직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생보사 연내 상장은 물론 상장안을 마련하는 것 조차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반기업은 물론 금융사들도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증시에 상장될 수 있다. 하지만 수십조원의 자산과 최근 몇 년간 수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생보사의 경우 상장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논란은 상장차익의 배분 문제 때문이다. 생보사 상장논란이 10여년 이상 전개되는 것도 상장 차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가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상장차익 계약자에 배분해야`=생보사 상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은 한 마디로 삼성과 교보생명이 성장하는 데는 계약자의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상장차익을 계약자들에 배분해야 한다는 것. 특히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 계약자들은 수익 가운데 일부를 돌려 주는 `계약자 배당`도 받지 않는 등 어려움을 함께 했으니(국내 생보사는 상호회사적 성격) 상장차익을 계약자와 함께 나눠 갖으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행 법규상으로는 회사의 주주가 아닌 계약자들이 상장으로 얻게 되는 이익을 나눠 갖을 방법이 없다. 이런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제시한 방법은 지난 89년과 90년 삼성과 교보생명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얻은 차익 가운데 계약자 몫으로 남겨 놓은 것(삼성 878억원, 교보 662억원)을 각 사의 자본금으로 전입하자는 것. 또 이 재원으로 주식을 발행해 계약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 주게 되면(계약자 지분 46%ㆍ주식 수 1,756만주) 생보사 상장으로 계약자들도 기존 주주와 똑 같은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A라는 계약자가 삼성생명 주식 2주(액면가 5,000원)를 무상으로 받은 후 삼성생명 상장과 함께 주가가 주당 50만원 가량으로 상승한다면 이 계약자는 100만원의 상장 차익을 얻게 된다. ◇업계 “상장차익 공유는 재산권 침해”=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삼성생명 등 생보업계는 생보사는 엄연히 주식회사로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라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계약자가 보험료를 내 보험사에 기여한 부분은 이미 계약자배당 등을 통해 나눠줬기 때문에 상장차익까지 계약자와 공유하라는 것은 엄연한 주주의 재산권 침해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시민단체가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을 위해 자산재평가차익 가운데 계약자 몫을 자본 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자금은 계약자배당 또는 손실보전을 목적으로 쌓아 둔 것이기 때문에 자본전입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다만 생보 업계는 재평가차익 유보액 가운데 계약자 몫을 공익기금 형태로 출연하는 것 정도는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 공방속 상장안 마련 지연=이렇게 업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정부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생보사 상장 방안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생보사상장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 한국경제원구원 금융경제팀장)를 구성하기도 했다. 상장자문위원회가 8월중 생보사 상장 권고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가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 당초 일정이었다. 그러나 10월로 접어들었지만 권고안 조차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자문위원회 권고안의 요지는 `상장차익 가운데 계약자 몫을 생보사가 인정해야 한다`는 것. 나동민 위원장은 “생보사 성장에 계약자가 기여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장자문위원회 의견에 대해 삼성생명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하자 권고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해선 금융감독위원회 보험정책과장은 “상장자문위원회에서도 업계 수용 여부를 감안해 권고안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관측을 뒷받침 했다. 한편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차이가 워낙 커 이를 조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10월 중순까지는 생보사 상장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계약자 기여분`생보사 수용 여부 불투명=이제 남은 것은 권고안을 토대로 마련되는 정부의 상장방안을 기업공개 당사자인 삼성과 교보생명이 수용할 지 여부다. 자문위원회측에서 `생보사 성장의 계약자 기여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상장 차익의 일부를 계약자들에게 나눠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생보사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상장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삼성생명 등 생보사가 이 같은 `예외적인 지침`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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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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