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재도약 기회로/노·사·정합심,정책실패 되풀이 말아야/기업 방만 경영 탈피를절체절명의 벼랑에 선 우리경제를 살려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한보사태의 후유증으로 휘청거리던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지난 3월26일부터 7월30일까지 1백여일간 「경제를 살리자」시리즈를 통해 범국민적 캠페인을 전개했었다.
이를 계기로 각 경제주체가 경제살리기에 동참, 우리경제는 수출이 3개월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회복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기아사태를 고비로 우리경제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다시 뛰자」는 구호 아래 「속 경제를 살리자」시리즈를 시작한다.<편집자주>
위기는 곧 기회다. 다시 뛰자.
우리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함으로써 이제 우리 경제는 IMF로부터 「신탁통치」 를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IMF 구제금융은 우리 경제가 사실상 부도상태에 이르렀고 이제 IMF로부터 「법정관리」를 받게 됨을 의미한다. 경제주권이 흔들리는 치욕적 사건임이 분명하다. 혹자는 이를 한일합방이래 최대의 국치라고까지 비판한다.
그러나 결코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번의 굴욕을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영국도 지난 70년대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으며, 지난 94년 구제금융을 받은 멕시코는 불과 3년만에 완전히 위기를 벗어나 연 8%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우리도 무조건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당면한 금융·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단기간에 개선시키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그동안 각계 각층의 이해관계에 밀려 경제체질을 개선시키는데 실패했다.
기업은 「오너」의 독주속에 방만한 경영을 지속해 왔고, 은행은 「관치금융」의 그늘에서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근로자는 회사와의 일체감을 상실하고 제 몫 챙기기에 급급했다. 국민들은 나라사정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흥청망청 과소비를 일삼았다.
◎온 국민 “과소비 자제” 합심할때
정부는 번번히 정책대응을 실기해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정치권은 경제사정을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았다.
IMF 구제금융은 이같은 우리 경제의 고질을 치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각계 각층이 허리띠를 다시 한번 졸라매고 「경제 살리기」 에 동참해야 한다. 멕시코가 지난 95년 10월 노·농·사·정 공동선언을 통해 경제회복에 성공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각 경제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난국타개를 위해 공동노력해야 한다.
우리도 「노·사·정협력」과 「과소비자제」 외에 달리 대안이 있을 수 없다.
근로자는 회사의 발전이 곧 자신의 발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기업은 방만한 경영을 자제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정부는 스스로 솔선수범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 국민은 근검절약의 정신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의 팡파레에 도취해 일찌감치 샴페인을 터뜨렸다. 때마침 바깥에서 불어온 3저의 온풍은 우리를 더욱 몽롱하게 만들고 이에 따라 우리의 허리띠는 더욱 느슨해졌다.
그러는 사이 우리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불어온 동남아 외환위기의 한파는 우리 경제를 빈사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제 올 때까지 왔다. 「한국주식회사」가 부도지경에 이른 지금 우리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허리띠를 바짝 조여매고 다시 뛰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책임아래 주도적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원조를 요청하게 된 데는 우리 자신의 잘못도 크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음모」가 깊숙이 개입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6%를 넘고 경상수지적자 개선추세가 뚜렷한 데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등이 우리의 요청을 거절하고 굳이 IMF 구제금융 쪽으로 몰고간 것은 차제에 한국의 경제구조를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금융시장이 계속 혼란상태를 지속할 경우 우리와의 교역규모가 큰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세계화·개방화된 사회는 일국의 경제위기가 곧바로 전세계로 퍼지게 된다. 최근의 우리 금융시장 혼란이 동남아 외환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그들도 쉽사리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나라, 우리 경제는 우리가 살려야 한다. 각 경제주체가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고 정부가 이를 적절히 조화시킨다면 IMF의 구제금융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조기상환도 가능할 것이다.
「다시 뛰자」는 정신이 온 나라에 퍼질 때 우리는 당면한 경제난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김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