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부품ㆍ소재산업 육성 시급

올 한해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 부진, 소비침체, 청년실업 증가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수출만큼은 20%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특히 부품ㆍ소재산업이 6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 지난 97년 이래 7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이뤄냈다. 이 같은 부품ㆍ소재산업의 성적표 뒤에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11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한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130억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 있다. 더욱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수출신장세가 그다지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분석과 함께 일본에 대한 부품ㆍ소재 수입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점이다. `대일 무역역조와 부품ㆍ소재`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부품ㆍ소재산업만큼은 미래 첨단산업으로서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고 꼭 발전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품ㆍ소재는 산업의 기반이다. 부품ㆍ소재산업은 제조업 생산 및 부가가치의 46%, 고용의 41%,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우리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부품ㆍ소재는 하나의 제품, 산업,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칩은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부품이며, 이들 기업이야말로 미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끈 주역들이다. 셋째, 한ㆍ중ㆍ일 동북아 산업구조의 특성상 향후 우리가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은 부품ㆍ소재산업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특히 100달러 내외의 저임금과 무노조의 여건 속에 급성장하는 중국을 상대로 핵심 부품ㆍ소재를 수입해 조립ㆍ생산하는 종래의 산업구조로는 승산 없는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품ㆍ소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품ㆍ소재산업은 많은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핵심 원천기술의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핵심 부품ㆍ소재를 우리 손으로 만들지 못하다 보니 주력 수출상품이라 할 수 있는 휴대폰의 경우 내장부품의 50%,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2차전지 등 핵심 소재의 경우 90%를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수출과 동시에 부품ㆍ소재의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부품ㆍ소재산업의 규모가 영세한 것도 문제다. 50인 이하의 기업이 전체 부품ㆍ소재기업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2000년도 한국 자동차 부품 전체 매출규모인 284억달러가 미국 델파이사의 291억달러보다도 작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일본의 전기ㆍ전자 부품회사인 무라타제작소의 기업가치가 20조원인 반면 동종업계인 삼성전기가 3조원, 한국 최대의 부품ㆍ소재기업인 포스코가 12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우리 부품ㆍ소재산업의 규모를 잘 대변해준다. 따라서 한국의 부품ㆍ소재산업이 그 영세성을 탈피하고 세계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핵심 부품ㆍ소재의 독자 기술개발`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입대체 차원이 아닌 글로벌 공급이 유망한 핵심 부품ㆍ소재를 발굴해 내년도 1,300억원을 포함, 오는 2010년까지 2조원을 투입해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원천기술이 개발되는 대로 이와 연계된 핵심 부품ㆍ소재 기술개발을 소재-부품-세트 기업이 공동으로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부품ㆍ소재의 기술개발과 함께 사업화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기술개발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업화인 만큼 사업화 단계에서 필요한 신뢰성 평가, 공정 및 양산화 기술 등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산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간다면 우리나라가 동북아, 나아가 글로벌 부품ㆍ소재 공급기지로 부상하는 것이 먼 장래의 희망만은 결코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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