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이 무분별한 소송으로 적을 제압하고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과 이와는 반대로 자신만의 특허를 공유하고 공개하는 방식으로 시장지배력을 넓히는 기업군으로 나뉘고 있다. 전자의 대표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고 후자로는 구글과 IBM이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방하는 전략으로 선발 사업자인 애플을 훌쩍 뛰어넘었다. 개방형 OS인 리눅스 기반의 안드로이드는 현재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등 국내 업체는 물론 대만 HTC 등 해외 휴대폰 제조사도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안드로이드의 세계 OS 점유율은 68%로 애플 iOS(17%)의 4배다.
구글의 성장은 애플보다 보유 특허가 많아서가 아니다. 구글의 특허는 1,100여개로 애플의 4분의1 수준이다. 구글은 원천기술은 적지만 특허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기술 시너지를 높여 애플을 따라잡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지난해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특허전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개방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모토로라가 특허 7가지를 침해한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애플을 제소한 것은 기존 특허 공세에 대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김인성 IT 칼럼니스트는 "구글은 개방전략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을 뿐 특허 관련 소송을 통한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IBM 또한 특허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4년 PC 사업에서 손을 떼고 컨설팅과 소프트웨어(SW) 전문 업체로 거듭난 IBM은 꾸준히 리눅스를 지원하며 완벽한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연구에 따르면 IBM은 전세계 SW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개발 관련 SW 분야의 점유율도 24%에 달한다. 특히 리눅스 기반의 IT솔루션ㆍ보안ㆍ클라우드ㆍ서버 관련 사업이 잇따라 성공하며 지난해 1,06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IBM이 미국 내 최대 특허권 보유 사업자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략은 놀랍다는 분석이다.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IBM은 7만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특허 관련 수익은 전체 매출의 100분의1에 불과한 10억달러 수준이다. IBM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원천기술 등을 공개하는 전략을 통해 특허 수입보다 혁신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ㆍIBM 등의 사례는 폐쇄적인 특허 권리를 남용해 후발주자를 손쉽게 견제하기보다는 변화와 공유에 가치를 둔 성공 사례"라며 "이 같은 점에 비춰보면 애플의 특허권 전횡은 전체 IT 산업의 후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