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인을 상대하는 전문여행사나 지역들의 어려움이 더 크다. 올 들어 지난 1~3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5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7%나 줄어들었다. 연간으로도 2013년(-21.9%), 2014년(-16.5%)에 이어 3년째 감소세다. 1~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2012년 90만명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엔화 가치 하락이다. 즉 엔저(円低) 때문이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2012년 초 100엔으로 한국 돈 1,600원을 바꿀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겨우 900원밖에 안 된다. 일본 돈의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정확히 그만큼 방한 일본인도 줄어들었다.
한일관계가 삐걱거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엔저 현상을 타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만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1~3월 방일 한국인은 9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39.6%가 급증했다. 방일 한국인은 2011년은 동일본대지진과 원전 방사능 사고로 대폭 감소(-32%)했지만 이후 2012년(23.3%), 2013년(20.2%), 2014년(12.2%) 등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관광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다짐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올 초 일본 여행사 관련자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해 행사를 가졌고 최근에는 한국 여행사들도 일본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다. 정확히 말하면 양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일본 관광시장은 환호를, 한국 시장은 울상이다. 관광시장이 국제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전쟁 등 인위적인 규제조치가 아닌 상황에서는 결국 환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돈 풀기(양적완화) 정책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듯하다. 우리의 업계와 정부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즉 국내 관광 활성화 등 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일본의 사례는 반면교사다. 일본이 지난해 외래관광객 1,341만명을 유치하고 올해는 2,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일본 관광시장의 중심은 자국민의 국내 관광에 있다. 외래관광객은 일본 전체 관광시장에서 10%에 불과하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14년 일본 전체 숙박시설의 숙박자는 4억7,232만명이고 이 중 외국인은 4,482만명이었다. 일본이 한국인ㆍ중국인을 많이 유치하면서도 역사 왜곡 등 적대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다.
반면 한국은 2013년 전체 숙박자(관광호텔 기준)가 2,863만명이고 이 중 외국인은 1,451만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외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