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컨설팅] 영국 BBC 경영혁신.. 시사점

92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BBC의 경영혁신 작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아더앤더슨 런던사무소의 BBC 담당 파트너인 조리안 바커는 『BBC의 경영혁신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공영방송의 경영혁신이 매우 어렵고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 방송사의 상황은 BBC가 경영혁신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90년대 초와 여러가지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경기침체 및 이에 따른 방송사 재정적자의 확대, 각계각층으로부터 요구받는 공영성에 대한 압력, 상업방송과 공영방송의 정체성 모호, 방송사 노동조합의 교섭력 증대 등등. 또 시장원리에 대한 강조와 공공부문의 대폭적인 민영화 정책과 같은 국가 전체적인 변화의 물결과 대처리즘이라고 불리어지는 정치이념 또한 우리나라 현 정부의 이념체계 및 정책기조와 유사한 면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방송사의 경영혁신 작업은 다매체 다채널로 통칭되는 새로운 방송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이다. 우리나라 방송사에게 적용가능한 BBC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혁신에 대한 주도적인 역할을 방송사가 수행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난, 자발적인 방송사의 경영혁신 작업은 유독 방송사만이 아닌 모든 산업에서 이뤄져야 하는 경영혁신의 교과서같은 이론이다. 따라서 방송사들이 실질적인 경영혁신 노력을 보여 주고, 정부는 이를 지켜 보면서 그 정도에 따라 규제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영혁신의 범위 및 방법에 대한 사항이다. BBC의 경영혁신은 「선택의 확대」라는 기본적인 틀 안에서 세부사항으로 경영위원회, 프로듀서 선택제, 세계화, 편성전략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이뤄졌다. 우리나라 방송사의 경영혁신 또한 프로그램의 내용(CONTENTS)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기본으로 원가관리체계, 인사관리체계, 프로그램 제작체계를 변화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단순히 한 부분만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세계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방송은 언어라는 한계가 있지만, 프로그램의 형식, 내용 등이 이제는 범세계적으로 지구인에게 적합하게 개발될 수 있다. 세계적인 프로그램의 제작·방송은 우리나라 방송사의 발전을 가일층 강화시켜 선진방송으로의 도약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넷째, 정부와 최고 경영층의 리더쉽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과 정치와의 관계가 방송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형성되지 못했으며, 과거 정치적으로 이용된 사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동안 누적된 상호 불신의 벽이 너무 두터워 정부가 방송사 혁신을 위한 리더쉽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방송사 최고경영층이 갖고 있는 권한이 외국의 선진 공영방송에 비하여 매우 약한 편이다. 외부에서 혁신가라고 알려져 있는 인사가 방송사 경영층으로 들어와 좌절하였던 사례를 우리는 경험했다. 이제는 기본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송정책의 개발과 더불어 방송사 최고경영층이 혁신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혁신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시청자들은 방송사 내부의 상황에 대하여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말의 동경심까지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사의 내부를 분석하여 새로운 경영혁신의 대안을 제시한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국가의 문화를 조성하는 가장 큰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외부에 전문가 집단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방송사의 제도와 경영기법은 의외로 낙후되어 있다. 경영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방송사의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방송사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방송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GOVERNANCE STRUCTURE)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방송사의 경영혁신은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과 괴리된 채 수박 겉핥기식의 이벤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프로듀서 선택제 (PRODUCER CHOICE)<소박스> 영국 가디언 신문그룹의 「미디어 가이드」는 94년판에서 BBC의 프로듀서 선택제를 「브라운관 뒤에서 일어난 최대의 지각변동」이라고 표현했다. BBC 내부에서도 70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와 논란을 불어일으킨 경영혁신방안으로 평가한다. 93년4월1일부터 공식으로 시행된 프로듀서 선택제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내부 시장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BBC의 프로듀서들은 그 전까지 주로 자체 제작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프로듀서들은 신청한 예산을 배정받아 스튜디오, 카메라, 디자인, 그래픽, 세트 등 제작지원서비스를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BBC 내부 또는 외부시장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BBC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제작 효율성 강화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환경과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탄생한 제도다. 즉 재정적자의 심화, 외부로부터의 공영성 강화 압력, 외주비율 확대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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