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몸집불리기 제동·불공정 경쟁 해소

■ 우체국 금융 대수술'원리금 전액보장해 시중돈 대거유입' 부작용 우체국금융에 대한 '대수술'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금융기관이 몸집을 불리면서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은행 등 일반 금융회사와의 '불공정 게임' 해소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우체국 예금의 가입대상과 한도가 제한되는 등의 각종 규제장치가 마련될 경우 우체국으로 몰려든 자금이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로 분산돼 자금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체국 소관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우체국금융이 농어민 등에 대한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며 기능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 앞으로 관련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우체국금융 급팽창 우체국의 최대 무기는 단연 '안전성'이다. 게다가 자기자본 제한이 없고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도 부담하지 않으며 예금보장한도나 건전성 감독 등 각종 규제도 거의 없다. 우체국은 이를 바탕으로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불안한 틈을 타 예금을 대거 끌어들였다. 실제 지난 97년말 5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예금잔액이 지난 3월말에는 25조8,000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은행권의 예금증가율은 123%에 그쳤다. 우체국보험 역시 작년 9월말 계약준비금 잔액이 16조원으로 97년말보다 185%나 증가, 같은 기간 생보사의 계약준비금 증가율 23%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우체국 예금과 보험을 국가가 전액 보장하면서 자칫 예금을 떼이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던 개인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외환위기전의 전국 점포망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반면 은행이나 저축은행, 신협 등은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영업점이 대폭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다. ▶ 왜 문제가 되나 우체국금융은 이처럼 안전성을 무기로 예금을 대거 끌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치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다른 금융회사에 재예치하거나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하고 있어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하는 과정에서 수익률 입찰을 실시하는 등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가가 우체국 예금의 원리금 전액을 보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융산업의 체질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예금부분보장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예금부분보장 및 금융구조조정 영향으로 상호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 등 소규모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 반면 우체국은 공격적으로 예금을 받고 있어 서민금융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 불공정경쟁 해소ㆍ투명성 확보에 초점 금융당국은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장기적으로는 우체국금융을 폐지하거나 공기업 또는 민영화 하고 있는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처럼 민영화하는 쪽으로 기본적인 처리방향을 잡았다. 금융당국은 또 예금의 종류 및 가입대상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한 법규정을 들어 각종 제약을 가한 뒤 우체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자금을 분산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자금을 예치하거나 운용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하거나 금리입찰을 하는 등의 불공정한 행위를 차단해 시장질서의 왜곡을 시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우선 우체국 소관부처인 정보통신부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데다 우체국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권한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체국금융은 정보통신부의 독자적인 운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있어 국제기준 등에 의한 효과적 감독이 곤란한 실정"이라며 "그러나 이대로 방치할 경우 우체국금융 제도의 운영에 대한 논란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정승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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