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이라구요? 매물이 없어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는데.”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세 아파트를 구하러 나섰던 권모씨는 최근 한달 동안 부동산중개업자로부터 여러 차례 이러한 말을 들었다. 산본ㆍ평촌ㆍ분당ㆍ일산 등 신도시 역세권을 중심으로 발품을 팔았지만 ‘역전세난’은 딴 세상 얘기였다.
지난 8월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전세수요가 지난달부터 빠르게 형성되면서 일부 신도시와 그 주변의 소형 아파트가 전세물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신도시 일대는 신혼부부 및 이사ㆍ재건축 수요가 맞물리면서 여름내 쌓였던 전세매물이 바닥을 거의 드러냈다.
산본 엘리트공인중개사의 손희숙 실장은 “추석 이후 전세수요가 살아나 20평형대를 중심으로 전세매물이 귀한 상태”라며 “전세가도 한달 만에 1,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산본 주공4단지 26평형의 전세가가 8,000만~8,500만원 수준에서 9,000만~9,500만원 수준으로 올랐는데도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중개업소에서 당일 계약금을 내지 않으면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물 품귀현상은 곧바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8월 1억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안양역 인근의 삼성래미안아파트 24평형의 전세가는 이달 들어 1억4,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분당과 일산의 역세권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는 올초에 비해 그다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매물이 손꼽을 정도로 셋집 구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 분당 정자동 주공4ㆍ5단지 26평형 전세가는 최근 1억4,000만원으로 올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물이 나오자마자 해소되고 있다.
신규 입주아파트에 전세물건이 많다는 통념도 통하지 않고 있다. 평촌신도시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자리한 의왕시 오전동 한진로즈빌 23평형과 32평형의 경우 지난달 초 입주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2,000만~3,000만원 가량 오른 1억원과 1억2,000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안양 소재 부동산리더의 나병옥 공인중개사는 “로열층의 경우 입주 보름 만에 가계약금을 걸어두고 매물을 확보해야 할 정도로 전세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매매가격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군포시 당정동 대우푸르지오와 성원상떼빌 32평형도 8월까지 9,000만원대 전세매물이 쌓였지만 추석 이후 수요자가 몰려 최근에는 1억2,000만원에도 로열층을 구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