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EU, 러 경제 돈줄 확실히 조이나

국영銀 금융시장 접근 차단

신규계약 무기수출 금지 등 추가제재 세부방안 논의

러는 반발 자산동결 시사


우크라이나 사태가 사상 최악의 민항여객기 피격사건으로 번진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국영은행들의 유럽 금융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등 러시아 경제의 돈줄을 죌 추가 제재 검토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유럽 석유 메이저의 러시아 내 자산동결 가능성을 언급, 상호 경제의존도를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온 EU와 러시아 간 대립이 경제 분야에 본격적으로 옮겨붙고 있다.

EU 28개 회원국 대사들은 24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대러 추가 제재를 위한 세부방안을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초안에는 △유럽 투자가들의 러시아 정부 지분 50% 이상인 은행 주식 및 채권 신규 매입 금지 △군사 분야에 활용 가능한 심해시추 및 셰일가스 추출 등 에너지 부문 기술수출 금지 △신규 계약에 한해 무기수출 금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또 기존 제재인 자산동결, 여행금지 대상에 개인 15명과 단체 18곳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국채매입 금지조치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EU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자본시장과 에너지 기술 접근을 막으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유럽 투자가에 대한 러시아 정부 지분 50% 이상인 은행의 주식·채권 매입 금지는 가스프롬뱅크와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등 두 곳만 대상이었던 미국의 제재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제재안을 담은 보고서는 "유럽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러시아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자국 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능력에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베르방크·대외무역은행(VTB)·로셀호즈방크·VEB 등 제재 대상으로 예상되는 은행들은 지난해 EU 시장에서 158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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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런던증시에 상장된 스베르방크와 VTB는 자금조달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마이클 다이벌라 BNP파리바 분석가는 "제재안이 최종 통과되면 러시아 경제에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제재안 채택 가능성이 논의되는 것조차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경제의 불안요소를 키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재논의 소식에 반발한 러시아는 유럽 석유기업의 자산동결 가능성을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러시아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이날 "러시아가 EU의 제재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BP나 로열더치셸 등 러시아 진출 석유기업의 자산동결도 가능한 옵션"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영국주재 러시아대사도 "서방국가의 제재는 불법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세계 경제에 피해만 줄 것"이라며 "제재시도는 (서방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증거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 내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처음으로 러시아군의 직접공격 혐의를 공개적으로 제기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들의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 안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더 강력한 다중 로켓 발사대 등을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민병대에 전달할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도 최근 며칠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포격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 의도를 보여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직접개입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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