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딜' 이 시작된다] 휴대폰-세계 평정의 꿈
'잘 키운 휴대폰' 수출효자노릇 톡톡 11월 수출 작년比 50%급증 반도체 첫 추월내년엔 中등 저가 공세로 성장률 둔화 예상
IT투자 부진 한파 딛고 장비업체들 기지개
휴대폰 빅3 '함박웃음'
‘잘 키운 휴대폰 하나 열 반도체 안부럽다?’
수없이 많은 공산품 중 하나에 불과한 휴대폰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짐작하기 힘들 만큼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휴대폰은 24억5,000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려 24억2,000만달러에 그친 반도체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 같은 수출실적은 지난해 11월에 비해 무려 50.3%나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국가경제를 견인해 온 반도체 역시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휴대폰 수출의 가파른 증가세 앞에는 고개를 숙일 정도다.
국가 전체 수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IT산업에서 휴대폰 수출의 비중은 무려 35%가 넘는다. 우리나라가 수출로 벌어들이는 100원중 11원은 휴대폰을 팔아 번 돈이다.
‘만약 우리에게 휴대폰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을 떠올리기가 두려워지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끝없는 내수침체를 탈피하기 위해 한국형 뉴딜 등 온갖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휴대폰을 비롯한 수출효자 품목들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수가 있어야 수출도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이른바 휴대폰 ‘빅3’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은 사상 유례없이 급속히 발달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성향과 누구보다도 앞선 서비스를 개발해 온 이동통신사들의 노력이 맞물려 휴대폰 산업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최고수준의 국내 휴대폰 시장이 세계로 가는 길목의 훌륭한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돼 준 셈이다.
세계시장을 제패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휴대폰 업체들은 다시 국내에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최첨단 휴대폰들을 쏟아내는 선순환의 구조가 정착됐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반면 중소ㆍ중견 업체들은 잇단 경영난에 시달리며 뿌리째 흔들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중국 등 주요 전략시장에서의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금융권의 무차별적 자금회수가 맞물려 텔슨전자, 세원텔레콤 등 ‘쌍두마차’가 이미 쓰러졌고 살아남은 업체들도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기가텔레콤의 경우 CDMA 개발부문을 중국계 미국기업인 UT스타컴에 매각하는 등 국내 CDMA 기술의 해외유출 시비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예상보다 빨리 몸집을 키우고 글로벌화하며 한국과의 기술적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며 “중견ㆍ중소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해외로 매각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세대 IT투자가 수출 살린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2세대(2G)에서 3G로 서서히 전환 중이다. 이미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3G 서비스가 닻을 올려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미국ㆍ중국 등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국내 3G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확히 말하면, 넓은 의미의 3G로 인정받고 있는 CDMA2000 1x EV-DO는 지난 2002년 이미 시작됐지만 3G의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는 WCDMA는 아직 답보 상태다.
이동통신사들이 EV-DO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WCDMA에 대해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국내 시장을 잘못 내다보고 막대한 규모의 WCDMA 출연금을 거둬 결과적으로 투자의욕을 꺾은 정부 책임도 없지 않다.
이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국내의 통신투자 뿐 아니라 장기적인 단말기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WCDMA 서비스의 지연은 단말기 업체들이 세계 3G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가까운 미래에 도입될 차세대 통신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침체된 내수시장에서의 활력소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 드넓은 세계시장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활발한 투자를 통한 조기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법적 규제 정비는 물론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 진입장벽을 낮추고 조기확산을 유도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문이다.
나 연구위원은 “올해 20~30%대의 고성장을 구가했던 세계 휴대폰 시장이 내년엔 10%대로 둔화될 것”이라며 “노키아 등의 저가공세와 타이완ㆍ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대기업ㆍ중소기업 모두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력시간 : 2004-12-15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