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특허 훔치는 변리사… 울상짓는 전자기업

제도 허점 이용해 특허 도용

기업 로열티 수입 감소 등 피해

제품생산·R&D 의욕마저 꺾어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전자업체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고효율 비디오 코딩(HEVC) 업계에서 국내 변리사가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의 특허를 훔친 사례가 발생해 관련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S 특허사무소에서 대표 변리사로 일했던 양모씨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HEVC 기술을 무단 도용해 특허를 출원한 혐의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양씨가 ETRI를 비롯해 국내 전자기업이 출원 의뢰한 HEVC 관련 특허들을 훔쳐 본인 또는 지인 명의로 등록한 뒤 이를 기반으로 로열티 수익을 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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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VC는 초고해상도(UHD)급 TV나 스마트폰에서 초고화질 콘텐츠를 화면에 띄우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같은 규격의 LCD TV라고 해도 이 기술이 없으면 방송국에서 송출한 UHD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NEC 등이 HEVC 표준 특허 풀(pool)에 멤버로 가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국내의 일부 특허 '장사꾼'들이 국제 표준특허 풀의 취약점을 이용해 우리 특허 개발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이다. HEVC를 비롯한 국제 특허 풀은 특허 등록 과정은 살피지 않고 기술의 연관성만 입증되면 특허권자로서 라이선스를 부여해 로열티를 지급하기 때문에 특허를 도용한 뒤 수백억원대 부당 이득을 노리는 악의적 특허 사냥꾼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리사의 특허 도용으로 제품생산과 연구개발(R&D)에 힘쓰는 기업들이 로열티 수입 감소 등 피해를 입고 있어 국내 출원 심사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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