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따윈 잊어라. 이제 칸은 패션쇼일 뿐이다.” 5월이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칸 영화제에서 살인사건이 터졌다. 살인범은 러시아 최고의 갑부로 이동통신사의 대표인 이고르. 남부러울 것 없는 부와 권력을 거머쥔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다소 엽기적이다. 자신을 떠난 아내 에바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 길거리에서 수공예품을 파는 스무살의 처녀 올리비아, 막강한 영화배급업자 저비드 와일드, 영화감독 모린, 그리고 세계적인 스타와 감독에 이르기까지 그는 ‘사랑의 이름’을 걸고 아무런 죄책감없이 잇따라 살인을 저지른다. 브라질 출신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포르토벨로의 마녀’에 이어 3년 만에 장편소설을 들고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저자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띠는 주인공 이고르를 등장시켜 배우지망생, 슈퍼모델, 영화계 유명인사 등 칸 영화제에 모여든 인간의 허황된 꿈을 그려낸다. 저자는 화려한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상류층 유명인사(celebrity)들이 좇는 환상과 잘못된 판단이 빚어낸 불행을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살인사건으로 풀어낸다. 그가 슈퍼클래스의 화려한 세계 뒤에 숨겨진 환멸과 낙담을 그려낸 이유는 간단하다. 유명인사들의 실체는 물질세계에 의해 작동하는 듯 해 보이지만 인류의 행보는 물질세계를 초월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다. ‘연금술사’ 등 그 동안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도전을 통해 삶의 희망을 외쳤던 작가의 전작들과는 외형적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꿈’ 이라는 메시지는 일관되게 이어진다. 하지만 연쇄살인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긴박감이 떨어져 극적인 긴장감은 맛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