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언론에 한반도 관련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대형 오보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말 사설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얼굴 커리커쳐를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그려넣는 웃지 못할 오보를 냈다. LA 타임스도 지난 5일자에 한반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프랭크 기브니 교수의 기고에서 노 당선자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의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소개해 물의를 빚었다.
미국 언론들의 잇달은 오보를 실수 차원에서 돌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것은 미국의 지식인층이 한국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논객들이 상대 국가의 실정을 이해하지 않는 독선적 사고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결과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컬럼에서 드러난다.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로버트 노박은 컬럼에서 “군부에 처형되기 직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구출된 김대중 대통령은 가장 반미적인 대통령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 컬럼니스트는 김 대통령이 북한에게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고, “미국은 한국의 우방”임을 수차례 강조한 사실을 몰랐거나 무시했을 것이다.
미국 언론이 한국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한ㆍ미 관계가 삐걱거리는 이유의 하나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사설은 “한국 대선의 승자는 북한”이라며 “유권자는 때로 실수할수 있다”며 비아냥거렸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미국 지성인들이 사람들이 공정한 민주 선거를 폄하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또다른 문제는 미국 언론들이 한국을 긁고 싶어하는 마당에, 외신을 제 맛대로 인용하거나 해외 언론에 자국 정부를 험담하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제대로 아는 미국인들은 한반도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을 방문해서 젊은이들의 시위를 옆에서 보았는데, 그들은 미국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한국은 정권이 변해도 정책이 변하지 않는데, 미국이 클린턴에서 부시 정부로 바뀌면서 한반도 정책을 바꾼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하지만 미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