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종열 기자의 법조이야기] 67년 미군범죄 불구속재판 '나쁜선례'

[윤종열 기자의 법조이야기] 67년 미군범죄 불구속재판 '나쁜선례'한미행정협정(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드높다. 「주한 미군과 군속 및 그들의 가족이 우리나라 안에서 범한 모든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우리나라가 제1차적인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된 한미행정행협정은 지난 66년7월9일 조인돼 67년2월9일 발효됐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미군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재판을 받은 미군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미군이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우리나라 법정에서 실질적으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군의 독극물(포름알데히드) 한강방류 사건은 이같은 개정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미행정협정이 발효된 이후 첫 미군범죄 사건은 미 공군 「칵스(COX)하사」사건이다. 경기도 송탄시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하던 칵스하사는 67년2월20일 오후 10시20분께 택시요금문제로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이다 택시운전사를 때려 상해를 입혔다. 그는 또 같은 날 오후 10시15분께 1년전부터 사귀어오던 위안부 Y모씨를 찾아갔다가 Y씨가 집에 없자 술을 마시고 홧김에 라이터로 침대머리쪽에 있던 커튼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국민들은 이같은 칵스하사의 방자함에 분노했다. 이에 법무부는 같은 해 3월4일 한미행정협정을 근거로 칵스하사를 우리나라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미군측에 통고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검찰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검찰은 우선 칵스하사를 구속하기로 하고, 같은 달 14일 서울지법에 구속영장을 신청해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군의 비협조로 좌절되고 말았다. 미군측이 협조하지 않은 이유는 매우 궁색하고 설득력이 없었다. 미군은 이미 칵스하사가 미군부대에 구금상태로 있기 때문에 그를 한국의 구치소에 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미군측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칵스하사가 외출금지처분만 받았을 뿐 구금상태(拘禁狀態)로 있지 않아 구속영장의 집행에 응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러한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결국 칵스하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서울지방법원은 67년6월20일 칵스피고인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적용해 벌금 5만원을 선고하고, 현주건조물방화죄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유태흥(兪泰興)부장판사가 주심을 맡고 조준희(趙準熙)·주진학(朱鎭鶴)판사가 담당했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의 강력한 구속수사의지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불구속 재판을 받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입력시간 2000/09/27 17:0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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