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예비인가 반납 움직임을 보였던 고려대가 13일 최종 결정을 일단 유보했다.
하지만 로스쿨 예비인가 탈락 대학들의 줄소송에 이어 고려대를 비롯, 관련 대학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여 로스쿨제도가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예비인가 대학 중 서울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정원 120명이 배정된 고려대가 사실상 처음으로 ‘반납 불사’라는 카드까지 꺼내며 불만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정원 배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까지 이런 분위기에 동참,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려대는 이날 법대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로스쿨을 포기하고 법과대학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최종 결론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법대 교수회의 결과를 학교 최종 입장으로 정하기로 했으나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로 한 것.
하경효 고려대 법과대학장은 그러나 “법대 교수들 대부분이 로스쿨 반납에 공감했지만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조만간 학생과 다른 교수들, 학교 본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내부에서는 지난달 말 예비인가 결정 및 정원 발표 이후부터 법과대학을 중심으로 로스쿨을 반납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돼왔다. 정원 120명의 로스쿨체제보다는 당분간 사법시험이 병행되는 만큼 정원 250명과 100명의 법과대학 및 법무대학원체제를 유지하면서 법조인 350명을 양성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
이기수 고려대 총장도 이날 “(로스쿨을 반납할 경우) 2년 뒤 로스쿨 재평가 시점에서 다시 인가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반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고려대가 로스쿨 인가 반납을 최종 결정할 경우 배정 인원에 불만을 품은 대학들도 뒤따라 인가를 반납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예비인가 대학 재선정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장재옥 전국법대학장협의회장(중앙대 법학과)은 “협의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예비인가를 반납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면서도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해 동참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12일 예비인가를 받은 건국대ㆍ서강대ㆍ중앙대ㆍ한국외국어대ㆍ한양대 등 5곳은 전국법대학장협의회 성명을 통해 “현행 로스쿨특별법은 총정원을 제한하고 있고 청와대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예비인가 과정에 개입해 위법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법적 공동대응을 지원할 소송지원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고려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초 신청한 정원보다 적게 배정된 것에 대한 항의표시일 뿐 예비인가 반납을 실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뒤 로스쿨 신청을 다시 한다고 해도 재인가 여부와 시기ㆍ규모가 불투명한데다 로스쿨제도가 시행되면 학부에서 법학과에 대한 인기나 위상이 예전보다 시들해지는 만큼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