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디플레 치유자-인플레 파이터, 차기 한은총재는

박원석 의원 주최 토론회서 전문가들 역할 놓고 갑론을박



차기 한국은행 총재의 자질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저성장·저물가라는 디플레이션 대응에 무게를 둬야 하느냐'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느냐' 등의 논란이 펼쳐졌다.

공통적으로는 몇 년 뒤 경제 여건을 내다볼 수 있는 식견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성인(사진 왼쪽)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주최한 '누가 한은 총재가 돼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한은 총재의 역할은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전사)에서 디플레이션 치유자로 변모해야 한다"며 신용 공급을 통한 중앙은행의 '불씨 지피기' 역할을 주문했다. 과거에는 물가 급등과 자산 거품으로 물가와 신용 통제 기능이 중요했지만 이젠 경제 여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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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또 국제유가와 부동산 상승기에도 기준금리를 내린 박승 전 총재(2002~2006년), 부동산 급등기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이성태 전 총재(2006~2010년), 물가상승률이 목표보다 낮은데도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해온 김중수 현 총재 등 한은 총재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물가안정 목표에만 파묻히지 않고 금리 이외 다양한 정책수단을 써야 하고 정치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은의 독립성과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김태동(오른쪽) 전 금융통화위원은 전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김 전 금통위원은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기는 했지만 한국에는 아직 전세라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제도가 있고 전셋값도 폭등하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아픔은 해결됐다고 보고 '조짐' 정도만 보이는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다소 강하게 언급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론에 대한 절충안도 나왔다. 김대식 전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자주 논의된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몇 년 뒤를 내다보는 한은총재의 식견을 강조했다. 박 위원은 1994~1995년 반도체 호황기에 한은이 통화증가율을 낮췄다면 외환위기를 맞지 않았을 것이고 2000년대 초 부동산 폭등기에도 몇 년 뒤에서야 한은이 '저금리가 원인 중 하나였다'고 시인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차기 한은 총재는 3월 중순 교체되며 이번부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 이달 말에는 지명돼야 한다. 현재 조윤제 서강대 교수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인준 서울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내부 출신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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