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유엔(UN)의 식량 원조가 위기에 처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엔 산하 식량지원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단시일 내 새로운 지원금이 답지하지 않을 경우 식량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곧 긴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조셋 쉬런 WFP 사무총장은 “식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원조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며 “식량 원조 규모 자체를 줄이거나 지원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WFP 관리들은 “식량 지원 감축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곡물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주일에 수백만 달러나 더 들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엔에 따르면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개발도상국의 중산층까지 식량을 사지 못할 형편이 돼 새로운 기아지대가 출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식량 원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쉬런 총장은 “밀과 옥수수ㆍ쌀ㆍ콩 등 농산물 가격의 상승에 따른 충격이 생각보다 심각해 돈 때문에 곡물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빈민들이 늘고 있다”며 “과거 기아와는 거리가 멀었던 인도네시아와 예멘ㆍ멕시코 등의 상황은 긴박하다”고 말했다. 일부 개도국 주민의 경우 식량을 구할 돈이 없어 하루 한끼로 줄이거나 하루에 한가지 음식만 먹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WFP도 식량 부족 국가를 지원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식량 가격이 문제가 되는 지역까지 두루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다. 국가별 대응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집트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식량원조 시스템을 확대했고, 파키스탄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없앴던 식량배급카드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식량가격을 통제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베트남은 곡물수출 세금을 부과하거나 아예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식량 수입국들은 곡물발 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수입 관세를 낮추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곡물가 급등의 원인으로 ▦개도국 등의 수요 증가 ▦홍수 등 자연재해로 작황 악화 ▦바이오 연료 산업 성장에 따른 곡물수요 확대 등을 꼽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곡물가 고공 비행이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주 말 콩 가격은 사상 최고가인 부셸당 14.22달러를 기록했고, 밀과 쌀은 최근 1년간 배로 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오는 7월까지 세계 빈국들의 곡물 구매량이 2% 줄어들어도 곡물 수입 비용은 오히려 35% 이상 증가한 331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