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불안정하다. 철저히 고객 유치실적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다 보니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다 보니 30만명에 이르는 설계사 중 상당수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철새'가 많다. 보험사 간 이동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다. 보험사 간 영입전쟁과 맞물려 아예 수십명이 뭉텅이로 전직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ING생명은 업계에서 자생력이 강한 튼실한 설계사 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ㆍ한화생명 등이 ING 인수에 눈독을 들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같은 ING의 영업조직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ING에서 실적 1위를 달리는 서울 강남구의 정성제(38ㆍ사진) 화랑지점장을 30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순환보직 형태로 영업 출신이 아닌 본부 직원을 낙하산식으로 지점장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ING는 지점장을 포함해 영업점 인력 모두가 설계사 출신이다. 정 지점장은 8년 전 영업에 첫발을 내디딘 후 2010년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설계사를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회사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정 지점장은 "가입 사인을 받아왔더라도 고객의 소득 수준,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계사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와 능력을 감안해 현실 가능한 보험 플랜을 짜나간다는 것이 영업철학이다.
그는 "특히 가입고객이 설계사의 친구 등 지인일 경우에는 보다 면밀하게 가입 적정성 여부를 따진다"고 말했다. '보험 하나만 들어줘' 하는 식의 영업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원칙이다. 정 지점장은 "보험영업은 고객의 구전효과가 중요한데 친소관계 영업은 나쁜 이미지를 확산시켜 장기적으로는 독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가입 단계부터 고객 중심의 영업을 펼치다 보니 화랑지점의 13회차 보험가입유지율은 92%, 25회차는 85%에 이르고 있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2년 내에 절반이 해지하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정 지점장은 "단기실적을 강조하는 게 아니고 장기고객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가입유지율이 높은 설계사에게 자체 시상제도를 만드는 등 고객 중심 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114명의 설계사를 두고 있는 화랑지점은 4년째 한명도 타사로 옮기지 않았다. 자체조직이 커지다 보니 10월 초에 회사 내에서 처음으로 40명의 설계사 조직을 떼내 분할지점을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