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당한 치매주부의 반란과 극복MBC TV가 오는 16일 60분 2부작으로 연이어 방송할 특별기획 드라마 '길모퉁이'(한소진 극본ㆍ신호균 연출)는 평생 이해받지 못하고 살아온 한 주부의 삶을 통해 불평등한 가족제도에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는 드라마다.
조실부모와 가난이라는 배경 탓에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보이지 않는 학대를 받아온 주인공은 힘들 때마다 한웅큼씩 복용한 약이 쌓여 결국 초로기성 치매에 걸린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가족이 함께 치매를 극복해 간다는 게 주요줄거리.
시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아랫도리를 드러낸 채 오줌을 줄줄 싸는 여주인공 우경희역을 탤런트 고두심이 맡았고, 스케치 여행에서 만난 시골 여자와 임신을 이유로 결혼한 뒤 이내 각방을 써 온 남편 서정국 역은 정욱이 담당한다. 이외에도 시어머니 순례 역으로 김용림이 출연하며 장서희와 고호경은 두 딸로 분한다.
평범해 보이는 가정주부 우경희는 항상 집을 떠나는 심정이 굴뚝같지만 집안이라는 울타리를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는 50대 초반의 여인. 삶의 대안으로 결혼을 택한 그는 자기 의견 한 번 못 내세우고 의무만을 강요당한 채 점차 병들어 갔다.
은근히 경희를 무시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도 문제지만 신세대인 두 딸 역시 달라진 세상을 즐기면서도 경희에게는 구시대적 희생만을 기대한다.
누구나 인권문제를 얘기하지만 주부가 권리를 찾겠다고 나선다면 이기적이라는 말만 들을 터. 그의 홧병은 결국 치매로 발전, 환상속에서야 시어머니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모든 원흉의 근원인 남편의 화실에 불을 지르기에 이른다.
이런 경희의 모습과 마주친 가족들은 그제서야 어머니라는 자리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차녀 민영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간병을 배우고 시어머니와 남편도 헌신적으로 그를 살피게 되면서 경희는 차츰 치매를 극복해 간다.
연출을 맡은 신호균 PD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남편, 시어머니, 자식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하는 우리시대 중년 여성을 그렸다"며 "가부장적인 우리 상황에서 가족 내 어머니의 위치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음 한다"고 말했다. 16일 오후9시55분 방영.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