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 자동차 대표주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커플링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북한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현대차 주식은 대규모로 내다팔며 비중을 크게 줄였지만, 기아차에 대해서는 소폭 순매도를 보이면서 두 종목간의 주가변동률 차이를 이끌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현대차 주식을 8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약 4,635억원 어치(약 228만주)나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오히려 6거래일 순매수 우위를 보이며 겨우 106억원 어치(약 26만주)를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외국인 비중은 이달 초 45.30%에서 44.25%로 열흘새 1.05%포인트나 줄어들었지만, 기아차는 33.43%에서 33.3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외국인들이 현대차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함에 따라 현대차 주가는 심리적 지지선인 20만원대가 무너지며 이달 초 대비 이달 초 대비 9.45%나 하락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저지선인 5만원대를 지켜내며 4.9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두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 차이도 이달 초 0.55포인트에서 지난 9일 0.27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업종 대표주이기 때문에 외국계 펀드의 투자비중이 높아 주가변동 시 매수ㆍ매도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그 동안 현대차에 가려 저평가되어 왔던 기아차의 기업가치에 대해 재평가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PER 기준으로 기아차는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 중 밸류에이션이 가장 낮다”며 “외국인들이 주가 하락기에 이런 가치주를 아주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다는 점을 보고 최근 투자전략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