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몸이 신분증“

최근 자신의 USB저장장치를 잃어버렸던 회사원 김모씨는 며칠간 안절부절하지 못한채 지내야 했다. 크기가 작고 편리해 그곳에 온라인주식거래용 공인인증서와 중요한 회사업무 파일 몇가지를 저장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같은 불안감을 말끔히 씻었다. 지문인식 기술이 적용된 USB 저장장치로 바꾼 것이다. 혹시 잃어버려도 자신이 아니면 다른 사람은 절대 파일을 열어볼 수 없게 된 셈이다. 최근 신용카드 위조 등 금융거래사고가 잇따르고 해킹 급증으로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문ㆍ홍채(눈) 등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체인식이 생활로 파고든다= 최근 잇따른 사고를 겪었던 금융분야는 생체인식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는 분야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은행이 도입하는 `바이오인증 인터넷뱅킹`서비스. 이르면 올 상반기중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이 서비스는 등록된 고객들의 지문을 인터넷뱅킹의 본인인증 수단으로 사용한다. BC카드도 생체인식 전문업체인 씨크롭과 공동으로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에 지문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금융자동화기기 업체인 LG엔시스는 홍채인식시스템을 장착한 무인자동입출금기(ATM)를 선보여 앞으로는 현금 인출을 위해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는게 필수적이 될 전망이다.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로 관심을 모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는 `무인택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보안시스템 개발업체인 디엔에스테크놀로지(www.dnst.co.kr)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택배사 직원이 배달처의 택배함에 물품을 보관하면 수신자가 지문인증을 통해 택배함을 열어 물건을 수령하는 것. 심지어 내년 10월부터는 미국 여행을 위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얼굴ㆍ지문ㆍ홍채 등 생체정보를 담은 `바이오 비자`를 발급받아야 할 것으로 보여 향후 `몸`이 기존의 종이나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할 새로운 신분증명서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몸`은 가장 확실한 신분증= 생체인증기술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본인 인증 방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터넷뱅킹이나 쇼핑등에 사용되는 ID와 비밀번호 체계는 해킹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더 이상 발설하지만 않으면 되는 안전한 장치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생체인식은 복제나 유출의 위험이 없어 전자거래에서는 가장 유용한 정보보호장치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도 이 때문에 관련업체의 기술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업계의 생체인식 기술을 돕기 위해 지문과 얼굴 등 생체인식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무료로 제공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자사의 윈도 운용체계(OS)에 생체기능을 접목하기로 한 점도 향후 정보보호 기술 개발의 중심에 `몸`이 자리잡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가 생체인식기술을 재조명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주요 IT조사기관들은 앞으로 관련 시장이 매년 두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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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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