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자들 '월가 컴백'] '증시' 다시 변수로끝을 모를 정도로 확장만 하던 미경제가 최근들어 연착륙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금리를 여섯차례에 걸쳐 1.75%포인트나 올리며 경기조절에 나선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도대로 미국경제가 둔화될 조짐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FRB가 의도대로 경기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미소를 보인 순간, 그래서 더 이상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뉴욕 증시가 이를 너무 환영해 폭등하자 FRB는 다시 긴장하며 미증시를 주시하고 있다. 증시활황으로 또다시 경기가 불붙어 그동안의 금리인상 효과를 없애버리는 묘한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다.
FRB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FRB의 의도대로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로 진정되기 위해서는 뉴욕 증시가 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여섯 차례나 금리를 올렸고 지난 5월16일에는 금리인상폭을 0.5%포인트로 확대했던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일련의 지표들 때문에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이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거의 접근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진 이렇다 할 이상없이 연착륙의 1단계 안착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금리인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도 일주일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오는 27~28일의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의 금리인상은 당연한 일이고 8월 FOMC의 금리인상폭이 어떻게 될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28일의 금리인상폭도 대부분 0.5%포인트로 점쳤고 0.25%포인트를 내다보는 전문가가 소수였다.
현재는 오는 28일의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주 발표된 경제지표가 FRB의 금리인상 명분을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보다 부드럽게 말하면 FRB에게 당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는 것이다. 미 국채의 1차딜러인 27개증권사중 4개사만이 28일에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내다봤고, 나머지 23개사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8월에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다시 말해 FRB의 금리인상 행진은 끝났다고 말하는 성급한 전문가도 적지않다. 8월까지 발표될 경제지표들도 지난주의
지표들과 같이 경기둔화 추세를 보여줄게 틀림없다는 예상에 근거를 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의 흐름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한달간의 경제지표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3·4월의 고용동향이 당초 발표된 잠정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수정되었듯이 5월의
신규고용인력도 확정치에서 어떻게 바뀔지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 발표된 수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5월의 평균 신규고용인력규모는 1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만2,000명에서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4.4분기에 7%를 넘었던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적정성장률로 여겨지는 3%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현재 정도의 하향추세로는 어림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오는 28일에 금리인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뉴욕 증시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걱정하는 「자산효과」로 인한 소비지출 증가추세는 증시의 안정없이 가라앉을 수 없다. 그런데 경기둔화 조짐이 보이자마자 뉴욕 증시가 다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둔화의 실질적인 효과를 없애는 결과를 낳게 된다.
현재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만으로 금리인상을 중단했다가 증시활황에 따른 경기과속이라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강행했다가는 일본형 장기불황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단 앨런 그린스펀의 연착륙 정책이 1단계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같은 경제상황을 놓고 반대방향으로 반응하고 있는 뉴욕 증시가 정책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 증시라는 생물(生物)까지 고려해야 하는 그린스펀의 2단계 연착륙 작전이 어떻게 구사될지 주목되고 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6/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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