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최경환 경제팀 출범] "저성장·축소균형·성과부재 3대 함정 벗어나자" 부양 드라이브

■ '정책패키지' 방향은

재정 실탄, 가계·비정규직·자영업자 집중 수혈

과도한 부동산 거래 빗장 확 풀어 투자심리 회복

靑·여야·한은과 소통… 정책 공조 뒷받침돼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 정책의 대전환에도 시동이 걸렸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저성장, 축소균형, 성과 부재의 3대 함정에서 벗어나 경제부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최 경제부총리의 이번 선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소심한 경제운용'에 대한 반성으로 읽힌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정부대로, 가계는 가계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부채증가 억제, 투자 리스크 회피에 초점을 두며 경제활동을 해왔다. 이는 대내외 경기변수로부터 한국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낼 수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기회복에 악재로 작용했다. 재정지출·가계소비·기업투자 등 3대 부문의 부진으로 저성장이 초래된 탓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우선 재정지출을 확대해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심리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시 당초 3.0%로 계획했던 재정지출 증가율을 수정해 재정수입 증가율(5.8%)보다 높여잡기로 했다고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예산은 올해 지출 대비 20조원 이상(내년도 지출계획치 대비로는 8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중 10조원 안팎의 기금 증액도 추진하겠다는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각종 정책금융자금 등 가용재원까지 적극적으로 총동원하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적게는 20조원대, 많게는 40조원대의 나랏돈이 추가로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올해 하반기 편성될 것으로 예상됐던 추가경정예산은 불발됐다. 현실적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법적 요건(경기침체·대량실업 등)을 맞추기 어려운데다 억지로 편성하더라도 국회 통과가 각종 정치변수 등으로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경을 헤치고 어렵게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일러야 9~10월이며 이것이 각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사업비로 책정돼 집행되는 것은 10월 말~12월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국회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사실상 추경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따라서 효과도 불투명하고 정치적 부담만 큰 추경보다는 내년도 재정확대, 올 하반기 기금 증액을 선택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금의 경우 20% 한도 내에서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증액할 수 있어 신속히 집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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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편성된 재정은 주로 비정규직 근로자, 자영업자, 저소득층 중심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취임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근로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약 600만명이 비정규직인데 이분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민생회복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분야에서 온기가 돌아야 국민들이 경제회복 기운을 느끼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처방했다. 지난 경제팀이 주로 경제지표 관리에 매진하다 보니 경제 하층까지 경기개선을 느낄 수 없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경환 경제팀은 경제심리 위축이 경기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심리적 경기부양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그 즉효약은 규제완화라는 게 최 경제부총리의 판단이다. 그는 첫 작품으로 주택거래를 위축시키는 과도한 부동산 규제를 풀기로 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업권별(은행·비은행 간), 지역별(수도권·비수도권 간)로 차등규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고금리의 비은행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아예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국회 등에 발목이 잡혀 지지부진한 분양가상한제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새 경제팀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고용을 개선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공식화했다. 이와 별도로 기업에 쌓인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이 배당이나 임금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이어지거나 투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강구하기로 했다. 특히 세제 차원에서의 인센티브 마련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반면 기업 유보금에 대해 벌칙성 세금을 매기는 강제적 방안의 경우 최 경제부총리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강제적으로 유보금을 짜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이 같은 정부 정책은 국회·청와대·한국은행 등과의 4각 공조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최 경제부총리 또한 여야·한은 등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은 최근 김무성 당 대표 체제로 돌입해 비박계 주류로 전환됐고 야당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강성 기조를 보이고 있어 최 경제부총리의 국회 소통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한은 역시 정책 독립성, 대외 신뢰도 등의 문제로 정부 정책에 얼마나 호응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최 경제부총리가 이 같은 소통 문제를 먼저 풀지 않고서는 경기부양 패키지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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