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채권 잔액 100조 눈앞

엔저로 원화 강세 기대감… 장기투자기관 입질 줄이어<br>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낮아 매수세 갈수록 약해질 듯



이달 통안채 러브콜 집중…금리상승 대비 전략 분석도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원화 채권 잔액이 사상 첫 1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 기대감이 커진 데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외국인 장기투자기관의 국채매수가 유입된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 원화 강세 기대감 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이 추세가 계속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잔액(21일 기준)은 98조8,4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74조2,000억원이었던 외국인 채권잔액은 2011년 83조원, 2012년 91조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최근 외국인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현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여전히 강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4조5,000억원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21일까지 4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이는 최근 엔화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국채 투자의 대안으로 원화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기투자기관의 매수 유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이 원화채권을 강하게 매수하는 경우 대부분 2~3년 단기물로 매수가 유입돼 장기물 보유 비중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인 현물 매수세가 매우 강한 상황에서 장기물 보유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장기투자기관의 매수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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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세라면 외국인의 채권 보유 잔액 100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강한 매수세가 지속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외국인의 통화안전증권(통안채) 순매수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들어 외국인이 4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 했지만 이중 85%(3조9,478억원)가 통안채였다. 지난달 전체 순매수에서 45%를 차지했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국인의 움직임이 금리 상승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크다. 때문에 만기가 짧고 유동성이 높은 통안채 비중을 높여 금리 변동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곧 채권시장의 약세를 의미해 우려스럽다는 분석이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추가인하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과 함께 외국인들의 통안채 매수 비중 상승은 우려되는 현상”이라며 “다만 최근 대내외 금리차가 확대되며 재정거래 수요가 증가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도 통안채 수요가 늘어난 요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데다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도 이전보다 줄어든 상태라는 점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다소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홍 연구원은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며 추가 약세 기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엔화 채권 매도, 원화 채권 매수’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최근 주요국 증시 대비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상대적 투자매력도가 높아졌다”며 “여기에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까지 논의된다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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