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0월 6일] '있으나 마나'한 기후협약

지난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15차 기후변화협약회의는 190여국이 참가해 11일간 지구의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몰두했으나 별다른 수확 없이 막을 내렸다.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전세계가 협조체계를 구축해 기후변화 진행을 막고 지구 재앙의 발생을 방지하자는 인식을 같이 해왔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글로벌옵티멈'달성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온 것이다. 인센티브·페널티제 애매모호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설립부터 시작됐다. IPCC는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표해 경종을 울렸으며 유엔은 온실가스의 인위적 방출을 규제하기 위해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기도 했다.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190개 이상 국가들은 매년 한자리에 모여 구체적인 이행방법 등을 논의하는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1997년의 3차 총회였다. 하지만 어렵사리 합의한 교토의정서도 사실상 세계 1,2위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빠진 반쪽짜리 약속에 불과했다. 국제사회는 매년 수억달러의 비용을 들이며 대규모 국제회의를 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 억제라는 전세계의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통일된 규칙을 제정하는 일은 매우 요원해 보인다. 누구나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글로벌옵티멈은 왜 합의가 어려울까. 다자가 참여하는 기후변화 협상은 종종 '죄수의 딜레마'에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그 죄수들도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전체가 행복해지는 행위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매년 반복하고 있는 기후변화협상은 좀처럼 이러한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죄수의 딜레마와 달리 국제 기후변화 협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즉각적이고 명시적인 인센티브와 페널티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옵티멈을 이루기 위한 행동에 물질적 보상이나 그에 반한 행동에 실질적인 벌이 없으니 양심에 기초한 사명감 또는 책임감 없이는 누구도 나서기 어렵다. 미국의 앨 고어와 같이 기후변화 대책이 도덕적인 문제인 듯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 문제점은 다양한 종류의 노이즈가 의사결정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죄수들은 특정한 선택을 강요받거나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노이즈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변화 협약에 참여한 국가들은 화석연료 사용과 밀접한 이익관계가 있는 집단이나 정치인ㆍ언론 등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강한 협박을 하기도 한다. 마치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지나가는 뱃사공을 유혹해 바다에 빠지게 했던 그리스신화의 여신 '사이렌'을 떠올리게 한다. 현 세대에게는 자신을 사이렌의 유혹에 현혹당하지 않도록 밧줄로 꽁꽁 묶어 무사히 바다를 통과했던 '오디세우스'의 비장함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일부 국가들의 근시안적인 이기심 때문에 전세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온난화와 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글로벌옵티멈을 달성하기 어렵다면 각 국가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로컬옵티멈'을 찾아 실행 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개인·단체·정부 힘 합쳐야 로컬옵티멈이란 개인ㆍ지역사회ㆍ중앙정부ㆍ국가가 각각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발굴ㆍ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ㆍ콘텐츠를 정비하고 생활화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은 자원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기업은 친환경 제품 생산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정부는 명확한 목표와 지원제도를 제시해 각 주체가 모두 로컬옵티멈을 달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것이 진정한 글로벌옵티멈을 이루기 위한 기본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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