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0일 두산그룹 총수 일가와 전문 경영인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키로 하면서 100일 넘게 진행된 두산그룹 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그룹 비자금 수사로 이어진 두산 비리 사건은 기업 자금을 쌈짓돈처럼 여긴 총수 일가의 부도덕성과 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에 `솜방망이'를휘두른 검찰에 대한 비난을 낳으며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 검찰 수사로 번진 형제간 경영다툼 = 두산그룹이 7월18일 박용오 전 회장을명예 회장으로 추대하고 박용성 두산 중공업 회장을 새 회장으로 임명할 때만 해도그룹 안팎에서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 정도로 파악했다.
형제들의 우애 경영으로 이름난 두산그룹에서 10년 가까이 회장을 맡았던 용오전회장에 이어 대외 활동이 왕성한 용성 전회장이 배턴을 이어받아 100년 넘는 그룹전통을 이어가리라고 본 것.
그러나 이틀 뒤인 7월20일 용오 전 회장이 대검과 모 방송사에 동생 용성 전회장의 비리를 들추는 진정을 내면서 사태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급반전 됐다.
용오 전 회장은 진정에서 "용성 회장이 생맥주 체인점 태맥을 운영하면서 350억~4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착복했고 경비용역 업체 등 계열사를 통해 200억원에달하는 비자금을 만들어 썼다"고 주장했다.
검찰 진정으로 자체 진화의 가능성이 사그라지면서 시선은 온통 검찰로 쏠렸고결국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7월26일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 검찰 `신중 또 신중' = 용오 전회장의 진정을 접수한 검찰은 기업비리 전담부서인 특수부나 금융조사부가 아닌 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에 대한 수사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족 간 분쟁으로인한 진정 사건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기 때문에 조사부가 수사를 맡았다는 것.
검찰은 조사부 검사 7명과 수사관 11명 등 23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에 대검 특수수사과 회계 전문 인력 등을 보강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와중에 8월8일 두산산업개발이 약 2천800억원의 분식회계 사실을 털어놓고이틀 뒤 용오 전 회장측이 총수 일가가 주식구매를 위해 빌린 돈의 이자 138억원을회사 돈으로 대신 냈다고 폭로하면서 사태가 확산 기미를 보였다.
9월2일 검찰이 두산산업개발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기 시작했고 검찰은 두산산업개발의 대여금고가 있는 하나은행 언주로지점(3일), 넵스 협력업체 5개사(14일)를 잇따라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7일에는 조사 착수 70여일 만에 그룹 총수 일가 중 처음으로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어 10월18일 박용만 전부회장, 10월20일 박용성 전회장이 검찰에 잇따라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총수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 고민 끝 전원 불구속 = 수사가 3개월을 넘기면서 검찰은 10월 말까지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으나 막상 시한이 다가오자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총수 일가의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내부 진통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검찰은막바지 정리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검찰 관계자가 "형제ㆍ부부 등을 동시에 구속하지 않는 수사관행이이번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말하면서 총수 일가에서 최소 1명이 구속될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하는 듯 했다.
그러나 11월4일 용성ㆍ용만 형제가 그룹 회장ㆍ부회장직 등 국내 경영 일선 및모든 공직에서 사퇴하면서 총수 일가 사법처리가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검찰은 11월 9일 108일 간의 대대적인 수사 끝에 총수 일가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불구속 기소키로 방침을 세웠다고 발표했고 10일 중간수사 발표에서 총수일가 4명과 경영인 등 14명을 불구속기소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