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LG 전자계열사의 임원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LG의 창업정신인 인화보다는 성과로 무게중심을 옮김으로써 그룹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커졌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와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쌍수 LG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이 동시에 전자계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전자계열사의 분위기 쇄신과 함께 여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후속 인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화보다 성과=LG 전자계열사의 임원 인사는 지난해부터 성과주의 원칙을 강화한 LG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 전자계열사들의 올해 실적부진에 따른 책임을 물었다는 의미다. LG전자는 지난 2004년 연간 매출 24조6,592억원, 영업익 1조2,491억원, 순이익 1조5,262억원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54.5%나 줄어들었고 올해도 2ㆍ4분기 적자를 기록하다 3ㆍ4분기 227억원 흑자를 올리는 데 그쳤다. LG필립스LCD는 3ㆍ4분기 3,8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LCD 패널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투자규모도 당초 4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줄이고 내년에는 1조원대로 투자금액을 축소했다. 여기다 합작사인 필립스전자의 지분매각, LCD 패널 카르텔 조사 등 연이은 악재에 휘청이고 있는 만큼 CEO 교체는 불가피했다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철저한 성과주의, 글로벌 역량 강화, 적재적소 인사라는 원칙에 입각한 인사”라며 “문책성 인사라기보다 CEO들의 풍부한 경험에 따라 역할을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전략 변화 있나=정보통신업계 스타 CEO였던 남용 부회장이 LG전자를 책임지게 됨에 따라 사업전략에 어느 정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꼼꼼한 성격과 기획력ㆍ구조조정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남 부회장인 만큼 LG전자 사업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특히 전자계열 내 단일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는 물론 사업간 조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 부회장이 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을 맡아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던 사업본부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LG텔레콤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는 가입자 650만명을 돌파하는 등 IT업계 경영혁신을 이끌어왔다”며 “실적부진에 빠진 LG전자의 구원투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새롭게 선임된 사업본부장들은 각 사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들. LG전자의 제2 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강신익 신임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부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로 북미에 LG 브랜드를 론칭,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확립하고 전략 유통망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안승권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장은 초콜릿폰 등 차세대 IT 사업 및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글로벌전략 강화=LG전자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글로벌 전략 강화.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최초로 외국인이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을 통해 임원이 됐다. 미국과 유럽 등 전략시장에서 현지밀착형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미국 법인의 존 헤링턴(John Herrington)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고 프랑스 법인의 에릭 서데이(Eric Surdej) 해외법인 마케팅 책임자와 MC유럽팀장 도미니크 오(Dominique Oh) 부장도 LG전자 최초로 내부 발탁, 임원으로 선임했다. 이와 함께 신시장인 중동ㆍ아프리카 지역 대표인 김기완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이 지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 김 부사장은 올해 중동ㆍ아프리카 시장에서 휴대폰 매출을 전년 대비 150%, 전체 매출을 25%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지역 특성에 맞는 스포츠 마케팅,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프리미엄 LG’ 브랜드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