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32년간 투자비 3배 뽑고도 무료전환 원칙은 나몰라라

■ 고속도로 통행료 실태 보니<br>"도로 전체로 따지면 회수율 30%불과" 주장


부산과 김해 장유를 잇는 고속도로인 남해2지선은 개통 후 32년간 통행료를 거둬 총투자비의 3.6배(2011년 기준)를 넘는 돈을 회수했다. 43년 된 경부고속도로 역시 지난 2011년 말 현재 투자비 회수율이 130.2%에 달해 건설원가 등을 뽑고도 남는 수익을 냈다.

수지타산을 맞춘 주요 고속도로의 모습이다. 전국 40여개의 고속도로 중 법적으로 통행료를 거둘 수 있는 기본 연한인 30년을 넘긴 노선은 여덟 곳이며 이 중 네 곳은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지 한참 지났다. 네 곳은 경부선, 남해2지선과 더불어 울산선(2011년 말 회수율 247.6%), 경인선(〃 211.3%)이다.


유료도로법상 기본원칙을 적용하면 통행료 수납기간이 30년을 경과하거나 건설유지비를 모두 회수한 유료도로는 무료로 전환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30년 이내, 투자비 100% 회수율' 원칙을 오랜 기간 깨왔다. 일부 개별 노선으로만 보면 투자비를 회수한 곳이 있지만 전국 고속도로를 통틀면 회수율이 30% 선에도 못 미친다는 게 정부 논리다. 전국의 개별 고속도로를 모아 하나의 동일 노선으로 간주하는 '통합채산제'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채산제를 남발하면서 30년이 지나거나 투자비를 100% 회수할 때까지만 유료로 한다는 유료도로법의 원칙은 사실상 죽은 조항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최근 고속도로통행료를 포함한 유료도로 체계의 중장기 개편 작업에 시동을 건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물론 해당 용역보고서가 30년 지난 고속도로통행료 전면 무료나 통합채산제 폐지로 결론을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정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탓이다. 현재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통행료로 거두는 연간 수입은 3조원대인데 3분의1가량이 30년 이상 노선에서 나온다. 실제로 2012년 고속도로 통행료 수입(고속국도 기준)은 3조2,298억원이었으며 이 중 약 35%인 1조1,282억원이 30년 이상 된 8개 노선의 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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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8개 노선을 전면 무료로 전환하는 급진적 방안은 오히려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 1조1,000억여원에 달하는 통행료 수입 펑크를 메우려면 그만큼 세금으로 거둬 도로공사 수입결손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통행료든 세금이든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런 식이라면 통행료 조정의 의미가 없다.

통행료 무료 전환시 교통체증 악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부산 동서고가도로가 실증 사례다. 부산시는 2009년 이 도로를 무료로 전환했는데 그 직전 하루 평균 8만5,000여대였던 통행량이 직후 10만여대 수준으로 급증해 심각한 교통난을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개편안은 통합채산제를 유지하되 요건을 엄격히 하고 투자비를 과도하게 회수한 오래된 고속도로에 한해 단계적으로 통행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회에서는 이 같은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의원 입법안이 계류돼 있다. 계류 중인 유료도로법안은 13개로 법안을 종합하면 대체로 지은 지 30이나 45년 지났고 투자비를 2배나 3배 이상 회수한 고속도로는 통합채산제에서 제외하자는 안을 담고 있다.

이 중 최원식 의원안은 연장 25㎞ 이하 도로에 한해 45년 경과시 무료로 전환하자는 안인데 급격한 통행료 수입 펑크를 막을 수 있다. 향후 2년 내 45년을 경과하는 연장 25㎞ 이하 고속도로는 두 곳 경인선(올해로 44년째)과 울산선(43년째)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 2개 노선의 연간 통행료수입은 지난해 각각 1,496억원과 394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무료ㆍ할인전환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후 45년을 지나는 노선은 남해1지선(6년 후), 남해2지선(15년 후)에나 나와 시간을 벌 수 있다. 마침 일본도 통합채산제 적용 시한을 45년으로 삼고 있다.

김영주 의원안도 합리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고속도로 통행료는 '기본료+주행요금' 체계인데 투자비를 2배 이상 회수한 30년 경과 고속도로는 기본요금을 면제해 주행요금만 받자는 내용이다. 이 경우 주행요금으로 도로 유지비를 충당할 수 있어 재정난을 덜 수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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