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시의 예비비 잔액은 899억원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당초 올해 예비비 1,400억원을 확보했지만 상반기 장마 피해 복구 등으로 500억원이 이미 집행됐다. 통상 일반회계 예산의 1% 수준인 예비비는 수해 등 예기치 못한 재해 피해를 복구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가을철 태풍을 감안하면 예비비 900억원이 넉넉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태풍피해가 없어 걱정이 없었지만 가을철 태풍이 3~4개만 와도 피해금액이 예비비를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재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예비비를 초과하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복구지연에 따른 도시기능의 일부 마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을철 태풍이 2~3개 발행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며 "태풍피해를 크게 입을 경우 예비비로도 충당이 어려워질 수 있고 추가 조달재원도 어려워 긴급복구가 늦어질 수 있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상 예비비가 바닥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서울시의 올해 지방세 세입결손 규모는 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취득세 감면분을 보전 받아도 4,000억원의 결손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추경을 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비비가 바닥날 경우 현실적으로 추가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서울시는 이미 4,000억원 이상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을 하게 되면 지자체 재정만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에 추경편성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 재정상황은 이미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한 예로 무상보육에 쓰일 복지예산은 이미 바닥난 상황이다. 서울시는 매달 0~5세 양육비 325억원과 보육비 750억원(기본보육비 165억원 포함)을 합쳐 1,075억원을 지출해야 된다. 하지만 무상보육 예산이 고갈되면서 당장 9월10일 결제될 예정인 보육비 35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급기야 서울시는 비상수단으로 보건복지부 등에 대납을 해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시장은 28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무상보육이 9월 중순이 오기 전에 중단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추경을 전제로 한 정부지원액 1,355억원을 먼저 지급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29일에는 박영선 법사위원장에게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현행 20%에서 40%로 인상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의 국회 통과를 서둘러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시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전제로 지급하기로 약속한 지원액 1,355억원을 조건 없이 빨리 지급하고 지난해처럼 무상보육비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무상보육비 부족분 1,750억원 중 1,356억원을 서울시에 지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