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취업 연령제한 폐지해야

'00기업 신입사원 모집. 남자 1975년 1월1일 이후 출생자, 여자 1978년 1월1일 이후 출생자, 2002년 졸업예정자.' 상당수의 기업들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공고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다.기업문화가 능력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취업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 경기 회복으로 채용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는 있지만 나이제한에 묶여 취업문턱에서 주저앉는 청년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일정 연령이 넘은 지원자에게는 취업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경기회복을 기다리다 졸업을 미룬 대학생들은 대학문을 나서자마자 그대로 고학력 실업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한창 나이의 고급 인력들이 응시기회마저도 갖지 못해 방황하거나 나이제한이 없는 자격시험 에 대거 몰리는데 따른 국가경제적 손실도 크다. 온라인 취업포탈 잡링크(www.joblink.co.kr)가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기업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 19일까지 등록된 신입사원 채용공고 4,973건 가운데 취업연령을 제한하고 있는 기업이 49.5%(2,461건)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채용공고 2,949개 기업중 1,209곳서 연령제한)보다도 늘어났다. 또 사이트에 등록된 회원 2,092명(인사담당자 1,002명, 취업준비생 1,0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1%인 1,194명(인사담당자 303명, 취업준비생 891명)은 신입사원 선발때 연령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응답했고 32.9%는 '기업체별로 결정할 문제', 10%는 '유지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취업준비생 가운데는 전체의 87.8%가 나이로 인해 취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2.2%에 불과했다. 취업연령 제한의 이유에 대해서는 인사담당자의 60.6%가 '나이 많은 신입사원은 대하기가 불편하다'고 응답했고 ▦조직내 위계질서 유지(30.9%), ▦젊은 감각의 참신한 인력 고용(7.2%), ▦기타(1.3%)가 뒤를 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1,1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51.8%인 606개 기업이 인력채용시 연령제한을 두었으며 평균 제한연령은 33.4세였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로 2년째 취업기회를 갖지 못했던 취업준비생들은 연령제한에 걸려 사회에 진출할 길을 찾지 못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고시나 자격시험 공부를 하거나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다가 마음을 바꾼 사람, 가정 형편으로 휴학을 몇 차례 하다가 어느새 연령 제한을 넘겨버린 취업준비생들은 예상외로 많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채용기피로 취업 재수, 삼수를 거듭하다 어느새 '늙은 청년'이 되어버린 젊은이들은 저마다 키워온 꿈을 펼 기회를 박탈당한 채 기약 없이 채용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연령제한은 청년 실업을 악화시키고 노동시장 유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혁신과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차별금지조항 및 고용평등기회 위원회 조사, 거액소송 등으로 연령제한이 불가능하다. 지식과 창의력이 주요 경쟁력이 되는 21세기를 맞아 우리도 취업 연령제한을 없애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현희 잡링크 실장은 "기업체들이 앞다퉈 능력위주의 인사정책을 도입하면서 취업연령 제한을 그대로 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경력직 채용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취업연령 제한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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