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능력은 위기 때 더 빛을 낸다. 휴온스가 올 한 해 걸어온 길을 보면 딱 맞는 말이다. 상당수 제약ㆍ바이오사들이 지난해 약가 인하 여파로 올 한 해 휘청거렸지만 휴온스는 적극적인 제품 개발과 다변화, 자회사의 수익성 제고에 힘입어 눈에 띄는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휴온스는 올 3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0%, 93.2% 늘어난 424억원, 8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438%나 증가했다.
윤성태(사진) 대표(부회장)는 "2020년까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중국 시장 진출과 자체 개발 보톡스 생산 등 차기 동력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경기도 판교 휴온스 본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호실적의 배경으로 고마진 제품의 매출 확대와 '다양한 반찬'을 꼽았다. 윤 대표는 "수직계열화된 자회사를 통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ㆍ판매 중인 국산필러 엘라비에와 약물주입기 더마샤인 등 고마진 의료기기 품목의 매출이 늘어났다"며 "2010년 18억원에 불과하던 의료기기 매출이 지난해 84억원, 올 상반기 기준 44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고 전했다.
전문 의약품부터 시작해 웰빙 의약품(비만ㆍ영양ㆍ비타민 등),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 수출,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한 것도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이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2009년 완공돼 가동 중인 cGMP(미국 식품의약국 인증)급 제천 공장이 안정화되면서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 감소가 돋보였다는 분석이다.
휴온스는 차세대 동력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력의 한쪽 날개는 자체개발 보톡스 생산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온스는 최근 국내 한 벤처회사와 보톡스 공동 연구 및 제품개발을 위해 80억원의 신규투자를 발표했다.
윤 대표는 "휴온스는 이미 100억원대 매출의 히알루론산 필러를 생산ㆍ판매하고 있다"며 "필러와 보톡스가 의료는 물론 미용 목적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아직은 경쟁사가 많지 않은 보톡스 시장에 진출하면 향후 필러와의 시너지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800억원 규모의 국내 보톡스 시장은 미국 엘러간사의 오리지널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 사실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보톡스'라는 명칭도 엘러간사의 제품명으로 이 같은 성질의 의약품을 지칭하는 공식명칭은 '보툴리눔 독소'다. 그만큼 엘러간사 오리지널 제품의 상징성이 크다는 얘기다.
윤 대표는 "엘러간사를 제외하면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경쟁제품이 적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새로운 미용 성형 트렌드로 각광받는 필러와 함께 보툴리눔 독소 개발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휴온스는 내년 4월까지 시제품 생산을 위한 생산시설을 완비하고 7월 중 임상3상에 돌입해 2016년 상반기에는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한쪽 날개는 중국 시장 공략이다. 휴온스는 중국 현지법인 노스랜드ㆍ인터림스와 '휴온랜드'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연내 완공을 목표로 현지에 점안제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휴온스의 첫 해외 생산기지다. 윤 대표는 중국 시장 공략의 첫 아이템으로 점안제를 선택한 것에 대해 "중국의약품 시장에서 점안제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1조3,000억원"이라며 "심각한 대기오염과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점안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중국 정부가 점안제 제조 설비 규정을 유럽연합(EU) 수준으로 엄격히 규제하면서 적지 않은 중국 내 점안제 제조업체가 올해 기한인 새로운 규정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표는 "올 2월 말 기준 중국에는 총 1,200여개 품목의 점안제가 허가돼 있는데 이 중 50% 이상이 새로운 규정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휴온스의 공장은 올 12월 준공 이후 6개월간 GMP 인증 준비를 거쳐 7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에 허가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사정상 몇 개월 지연이 될 수도 있지만 2015년 허가를 획득하면 생산판매가 가능해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중국 진출과 함께 자회사 휴메딕스도 1~2년 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어 휴온스의 도약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대표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수출과 연구개발(R&D)도 꾸준히 강화해나가고 있다"며 "휴온스를 미국의 암젠, 이스라엘의 테바처럼 작지만 강한 굴지의 제약회사로 키워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