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팀 쿡(50)이 취임 2개월여만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쿡은 지난 8월24일 애플 CEO로 취임한 이후 승진 및 보고체계를 손질하는 한편,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자선기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조직관리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전임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다.
우선 쿡은 그동안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교육 사업에 대한 조직개편을 단행, 세일즈 부문과 마케팅 부문으로 쪼갠 후 연관 부서들과 통합시키며 조직을 간소화했다. 또 글로벌 제품 마케팅을 총괄하는 필 쉴러 수석 부사장과 존 브랜든 판매채널 총괄 부사장의 책임을 강화하고, 부사장이었던 에디 큐를 애플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총괄하는 수석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와 함께 임직원들과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모든 애플 직원들을 한 팀(Team)이라고 지칭하며 단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쿡은 기부에 반대하던 잡스와는 대조적으로 자선기부 프로그램을 도입, 직원들이 비영리단체에 연간 최대 1만달러까지 기부를 하면 회사에서 같은 금액만큼 기부하기로 했다.
애플이 보유한 816억달러(약 91조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 대한 처리문제에 있어서도 쿡은 잡스와 다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 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잡스와 달리, 쿡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전통적인 주주 우선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쿡은 지난달 실시한 애플의 4ㆍ4분기 실적발표 당시 "현금을 쌓아두는데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인 만큼 쉽게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쿡이 가져온 이 같은 변화는 조직관리 상의 작은 변화일 뿐, 애플 고유의 기업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WSJ은 보도했다. 쿡 역시 제품 개발 및 디자인을 최우선시하고 철저한 비밀주의를 신봉하는 애플의 기업문화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