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전주의 문학에서 괴테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프리드리히 쉴러의 처녀작 ‘떼도적’이 다시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번 무대는 등장하는 5막 15장으로 배우 50여명, 공연시간 3시간 30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번 공연은 쉴러의 고향인 독일 만하임에서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쉴러 페스티벌’에 초청 받았다. 축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돼 오는 6월 4일부터 12일까지 1,200석 규모의 만하임 오페라하우스에서 마이크 없이 올려진다. 토마스 크라우스 만하임국제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이 최근 방한 이 무대를 보고 “독일 작품이 한국적 표현양식과 접목하면서도 열정과 비판정신 등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떼도적은 독일의 영주 모오르 백작의 두 아들 카일과 프란츠가 주인공. 성을 차지하려는 사악한 동생 프란츠의 모략으로 희생된 큰 아들 카일이 어쩔 수 없이 산적떼를 이끌고 세상의 권위에 맞선다는 것이 줄거리다. 정의감 넘치고 고귀한 성품의 인간들이 사회악(惡)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를 시적 대사로 풀어내고 있다. 연출가 이윤택씨는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7년 전에 쓴 것으로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탄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보수의 잔재가 남아있으면서 그것이 절묘하게 대립, 발전돼 가는 것을 보면 마치 200년 후의 지금 우리 사회를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화려한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연극계 원로이면서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며 연기를 펼쳐 온 신구(카일)ㆍ장민호(모오르 백작)와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순택(프란츠)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미니시리즈 ‘에덴의 동쪽’ 등 할리우드 영화계와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서 더 잘 알려져 있는 오순택씨는 이번 공연 참가에 대해 “한국 전통 예술을 국제화 한 이윤택 연출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며 “한국에 온 이유는 가르치기 온 것이 아니라 배우를 하러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9일부터 5월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