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급박한 '주식회사 일본'의 구조조정

최근 발표된 닛산의 구조조정계획은 자동차산업을 넘어 일본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닛산의 발표는 10년간의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주식회사 일본의 일련의 암울한 변화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닛산은 주가하락, 판매부진과 재정상의 곤란함 때문에 급진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제휴사인 르노에서 파견된 외국인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곤은 닛산에 급격한 변화를 요구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닛산의 계획은 매우 강도높은 것이다. 3개 조립공장의 폐쇄와 14%에 이르는 직원감축은 다른 나라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수익성 없는 자동차 공장들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계획의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곤 사장이 구조조정계획에서 밝힌 세부사항들을 실천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과잉설비와 과도한 부채 그리고 거품경제의 여파는 주식회사 일본이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들이다. 최근까지 개혁은 더딘 속도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기업들과 정부는 점점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의 성격이 주기적일 뿐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NEC는 인터넷을 새로운 핵심사업으로 설정하고 주주들의 가치를 역설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NEC의 계획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것이었다. 지지부진했던 은행간 합병이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일본정부가 지난달 장기신용은행을 미국의 민간기관인 리플우드에 매각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뒤이어 2건의 대형 은행합병 계획이 발표되었다.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일본의 모든 산업분야가 글로벌 경쟁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은행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산업구조는 견실한 편이다. 그러나 닛산의 구조조정과 은행간 합병은 은행과 기업들이 상호출자를 통해 맺고 있는 일본 특유의 계열구조 해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는 사회경제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가 입증하듯 변화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결과는 매우 인상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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