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냐나 경제학

“상승추세는 살아 있다.” 주식시장이 완연한 조정기에 들어서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지수전망치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적이다. 대부분 4ㆍ4분기에 800포인트를 뛰어넘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무너졌어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한달 전에도 이들은 9월에는 750선을 넘어 800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었다. 다만 지수가 떨어지자 그 시기를 4ㆍ4분기로 넘겼을 뿐이다. 여전히 상승추세는 유효하고 기간 조정 후 재상승한다는 의견이 주류다. 물론 주식 투자자들은 기대감을 먹고 산다. 나중에 전망이 맞지 않더라도 당장은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게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심리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이런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 직업상 한계일 수 있다. 또 시장전망과 투자의견이 틀렸다고 해서 특별히 책임질 일도 없으니 일단 `고(go)`를 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그마한 악재에도 출렁이는 게 우리 증시의 현주소다. 돈은 들어오지 않고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증시 밖 경제현실은 더 어둡다. 장기불황 경고에다 실적감소 우려로 직장인들은 감원과 감봉의 칼날을 두려워하고 있다. 낙관론을 펴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불안하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얼마 전 미국의 월가에서도 이 같은 전망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이른바 `마냐나 경제학(Manana Economics)`이라는 신조어가 그것이다. 마냐나는 `내일`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로 “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뜬다”는 식의 막연한 낙관적 전망을 비꼬는 말이다. 이제 애널리스트들이 연중 최고지수를 예측했던 4ㆍ4분기다. 주가가 목표치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매년 그러했듯 어물쩍 넘어갈 공산이 크다. 비판이 일어도 이맘때면 으레 거쳐야 할 연중행사 정도로 치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쪽박을 찼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빗나간 예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는 애널리스트의 얘기는 아직 들어본 바 없다. 하지만 투자자가 없으면 애널리스트도 필요 없다. 더욱이 투자자들은 그 전망과 예측에 돈을 걸고 웃고 운다. 낙관론을 펴기에 앞서 그것이 과도한 게 아닌지 먼저 살필 일이다. <이용택(증권부 차장) ytlee@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