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화제의 책]‘茶로 만나는 동서양의 문명사’

5000년 역사를 관통한 차의 역사


■차의 세계사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열린세상 펴냄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고른다면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선 차(茶)를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국내 커피산업이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서양에서 커피가 들어오기 이전 동양에는 5000년 전통의 차문화가 있었다. 몸과 정신을 정화하는 의미가 담긴 차는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는 오아시스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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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서양으로 건너간 차는 소수의 특권층만이 즐길 수 있는 품격을 지닌 문화였다. 동양의 차문화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오는지를 소개하는 책은 풍부한 사료를 통해 차의 사회적ㆍ문화적인 의미를 탐구한다. 또 동양의 선진 문물을 동경했던 서양의 탐욕이 차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읽을 수 있다.

중국에서 약용으로 쓴 차는 일본으로 건너가 엄격한 격식을 갖추면서 거친 사무라이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차를 즐기는 나라 중 대표적인 영국은 동인도회사의 출연으로 차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차가 대중화된 배경과 19세기 영국의 대중적인 차 소비문화가 인도의 식민지 없이는 불가능 했다는 근거도 제시한다.

인도에서 차를 싣고 떠난 배가 영국에 도착했을 때 차가 높은 온도에 발효가 되는 바람에 원래의 차 맛은 사라지고 숙성된 홍차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또 20세기 초 미국의 한 차상인이 샘플 차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비단천에 담아 소개했던 게 티백의 원류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 파울러 박물관에서 차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전시 ‘차의 예술:액체에 스며든 역사’를 기획했던 저자는 런던ㆍ파리ㆍ암스테르담 등 유럽의 차문화와 세계적인 차 생산지인 인도 아삼에서 차에 관한 자료와 도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책은 중국에서 시작된 차 문화가 유럽에서 어떻게 꽃피게 됐는지 그리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등 차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를 화려한 도판과 사료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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