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현대의 그리스는 민주주의에 오명을 덧씌우고 있다. 아테네의 두 정치 경쟁자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유럽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리스와 유럽연합(EU) 나아가 전 세계에 중대한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그리스 정치인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 몇 달만이라도 그들의 차이를 숨겨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는 마침내 EU가 마련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U는 그리스에 보다 강력한 긴축 정책을 요구했다. EU는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민간채권단의 손실부담을 애초 21%에서 50% 수준으로 높이도록 요구했다.
만약 그리스 의회가 서로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한다면 EU가 준비한 구제금융이 12월 안에 그리스에 도달하기 어렵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연금도 주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리스는 무질서한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 집권 여당인 사회당과 제1 야당인 신민주당은 모두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 지난 달 31일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EU가 제시한 2차 구제금융안의 찬반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반발에 부딪혀 취소하기는 했지만 이는 유럽과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지금은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가 그리스 재정문제 해결을 망치고 있다. 그는 구제금융을 받아들이기 전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함으로써 그리스 정계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물론 이 둘에게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그리스는 고통스러운 긴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스 국민들은 이에 대해 반발할 것이고, 그들은 국민들에게 이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지금은 느긋하게 조기 총선을 실시할 때가 아니다. 비록 유권자들이 이에 동의하더라도 말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조기 총선보다는 거국 내각을 구성해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지지가 높다. 그리스 정치인들은 이제라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