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직영급식 맛ㆍ위생 좋긴한데…"

학교·학부모 부담 커 운영 쉽지 않아

사상 최대 규모의 학교급식 사고가 터진 뒤 위탁급식업체의 부실한 위생 관리에 비난의 화살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학교직영급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이러한 여론을 기반으로 초ㆍ중ㆍ고교에서 직영급식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미 직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일선학교들은 "직영으로 전환한 뒤 음식의 맛과 위생에 대한 학생ㆍ학부모 평가가 좋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 성산고 급식관계자는 "지난해 8월까지 소규모 업체에 급식을 위탁했는데 음식의 질과 양에 대한 학부모 불만이 많아 9월부터 직영으로 전환했다. 이후 아이들이 맛있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 급식게시판을 보면 위탁으로 운영할 때는 `하얀색 벌레가 나왔다. 위생에 신경써달라', `반찬 양이 너무 적다'는 불만 글이 이어진 반면 직영으로 전환한 뒤 `음식이 너무 맛있어졌다'는 감사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학교 영양사는 "초기에는 경험이 부족해 음식 양 조절 등에서 실수를 하기도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특별한 학생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 잠실고에서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뒤 학부모로부터 "학교가 직영급식을 해왔다는 것을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직영으로 급식을 운영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칭찬이 쇄도했다. 이 학교는 까다로운 항목으로 구성된 서면심사와 현장심사를 거쳐 식품납품업체를 선정하고 10여명의 조리사를 채용해 교육청에서 신축자금을 지원받은 급식실에서 매일 신선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직영급식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한편에서는 학교와 학부모에 지워지는 부담이 큰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직영 급식을 실시하는 서울 금천구 모 고등학교 교장은 "저소득층 학생이 많아급식비를 지원받는 200명을 제외하고도 장기간 급식비를 미납하는 학생이 많아서 재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 교장은 "조리원 등 인력관리도 쉽지 않고 음식재료나 식품 검수과정에 학부모가 매일 참여해줘야 하는데 참가율이 저조하다"며 "만일의 사태에 발생하는 모든일의 책임이 학교장에게 전가되는 것도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직영급식이 의무화되면 조리나 배식 과정에 필요한 인력을 학교가 모두 제공할 수 없으므로 학부모의 참여유도가 절실한데 맞벌이 부부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 박은미씨는 "초등학교가 어머니들을 급식당번에 강제 배정하고 있는 현재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직영 의무화로 인해 어머니에게 전가되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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