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동자금 유치 늦어지자 중도하차

■ STX, 하이닉스 인수 포기 <br>세계 경제 불확실성 커지고 수조원 투자 비용도 부담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를 품에 안으려던 STX가 인수를 포기한 것은 투자유치가 지연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데다 향후 투자에 대한 부담도 중도하차를 선택한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STX의 인수 철회로 사실상 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SK그룹은 숙원이던 '글로벌 기업집단'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다만 인수 후보인 SK텔레콤은 단독입찰에 따른 '특혜시비' 논란 등이 불거지는 돌발변수를 의식해 "결정된 게 없으며 입찰조건을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STX, 왜 포기했나=19일 업계에 따르면 강만수 STX 회장은 최근 하이닉스 실사기간 중 이천공장을 방문해 생산현장과 공장현황을 샅샅이 훑을 정도로 하이닉스 인수에 공을 들였다. 강 회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반도체사업 진출에 사운을 걸며 전력투구하던 STX가 이날 돌연 인수를 포기한 것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대외여건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매년 수조원의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줘야 하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갖게 되는 자금부담도 선뜻 입찰에 나서지 못하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TX는 이날 인수 추진 중단 사유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을 적시했다. STX의 인수 실무팀은 최근 7주간의 실사를 마친 뒤 이 같은 하이닉스 인수의 부정적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최고경영진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덩치가 큰 하이닉스를 인수해 자금을 투입하다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경우 본체인 STX그룹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STX가 당초 이날로 예정된 채권단의 입찰조건을 통보받기도 전에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직접적인 이유는 투자자금 유치 지연으로 풀이된다. STX는 2조원이 넘는 인수자금 중 절반 남짓을 중동 국부펀드인 아바르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달 전부터 STX와 아바르 간 투자협상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자금조달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였다. ◇향후 일정은=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입찰에 참여했던 STX그룹이 인수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채권단은 조만간 주식관리협의회를 열어 채권단의 의견을 수렴한 후 향후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가장 큰 관건은 STX그룹이 인수 철회 의사를 밝힘에 따라 SK텔레콤의 단독입찰로 진행되는 이번 절차를 하이닉스 채권단이 어떻게 판단할지다. 채권단은 STX그룹이 워낙 갑작스레 철회 의사를 밝힌 만큼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한두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하이닉스 매각방향을 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체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아직 우리 은행 입장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SK텔레콤 단독으로 진행되더라도 채권단이 유효경쟁으로 간주해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예비입찰은 복수입찰로 진행된데다 만약 이번 매각을 백지화하고 새롭게 매각작업을 벌인다 하더라도 입찰참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매각이 성사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과거 주요 채권단 중 하나인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전 사장은 단독입찰이 될 경우에 대해 "단독입찰이 되더라도 능력을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매각가격이 경쟁입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채권단에도 부담이 된다. 또 매각조건 등에 대해서도 변화가 예상돼 가격예측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예정됐던 10월24일 본입찰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변수가 발생한 만큼 채권단도 이익극대화를 위해 내부입장을 정하고 협상을 진행할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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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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