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나눠먹기식 과학벨트 안된다


기초과학 연구를 활성화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연구성과 사업화를 촉진할 거점이 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정치ㆍ지역균형발전 논리에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세종시ㆍ대덕연구단지와 충북 오송ㆍ오창단지를 연계해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조성하겠다던 대선 공약도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공약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며 부인하고 나서 공약 파기 논란과 함께 야당ㆍ충청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제2 세종시 논란'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경쟁국들은 과학자 유치 혈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세종시와 달리 과학벨트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2005년 대선을 준비 중이던 이명박 후보는 '일류 기초과학자들의 허브를 만들어 심각한 인재유출과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우자'는 기초과학계의 대선공약 제안을 받아들여 과학비즈니스 도시, 과학벨트 개념으로 개념을 확장했다. "행복도시(세종시), 대덕연구단지, 오송ㆍ오창의 생명공학(BT)ㆍ정보기술(IT) 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 "기초과학과 핵심 원천기술이 교육ㆍ문화ㆍ예술과 결합된 거대복합시설 기반 명품도시를 만들어 여기에서 나온 기술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 "2년간 기본계획을 만들고 2010~2012년 핵심 인프라 시설을 조성한 뒤 오는 2017년까지 과학벨트를 형성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대선공약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에 과학비즈니스벨트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과학벨트가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끌어올릴 방안이 될 수 있는지, 전국 10여개 도시를 대상으로 입지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토 등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과학벨트는 총선, 세종시 수정안과 맞물려 정치 바람을 타면서 뜨거운 감자가 돼 계속 표류했다. 정부가 2009년2월 제출한 과학벨트 조성ㆍ지원특별법안(과학벨트법안)도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한 뒤인 지난해 말에야 국회를 통과, 올 1월4일 공포됐다. 이러는 사이 기초과학연구원을 만들고 각종 연구장비와 중이온가속기 구축, 우수 인력ㆍ연구기관 유치, 외국인 보육시설ㆍ학교ㆍ병원 개설 등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3조5,487억원(부지 매입 및 도시기반시설 구축 비용 제외)을 투입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정부가 제출한 법안 관련 비용추계서)도 빛이 바랬다. 기초과학계는 일본ㆍ싱가포르ㆍ유럽 등에서 과학자 유치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과학벨트 사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일류 과학자는 해외에 선점당하고 이류 과학자만 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형님벨트'로 변질 경계해야 하지만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과학벨트 입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여야 간은 물론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안에서까지 지역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선거 과정에서 혼선을 준 것 같은데 거기에 얽매이지 않겠다. (과학벨트를 선정할 총리실)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백년대계이니 과학자들이 모여서 (결정) 하는 것이 맞다. 그게 충청도민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알쏭달쏭한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 두 형제의 고향인 포항권을 겨냥해 "'형님 예산'을 편성하더니 (과학벨트의 핵심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를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포항에 설치해) 과학벨트가 '형님벨트'로 변질시키려는 것 아니냐" "돈 안되고 실속없는 것만 충청권에 줘서 핫바지를 만들려 한다"는 경계론이 나왔다. "대통령이 과학벨트 문제를 장기화해 국민 갈등과 지역 분열을 초래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적으로 풀기 쉽지 않은 만큼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객관적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핵심시설은 한곳에 모여 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충고를 깊이 새겨 광주ㆍ대전ㆍ대구ㆍ포항을 묶는 나눠먹기식 과학벨트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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