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교육, 이념잣대로는 안된다

구동본 기자 <정치부>

“전문성에 벽을 쌓아놓고 개방하지 않으면 학문이든 정책이든 동종교배현상이 일어나 퇴화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김진표 신임 교육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렇게 자연세계의 이론까지 거론하며 김 부총리의 기용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제부총리를 지내 경제 마인드를 갖추고 있고 정치인으로서 조정능력도 탁월한 김 부총리가 대학교육의 산업화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가 지난해 초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서의 역량에 대한 시비 속에 4ㆍ15총선에 차출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속내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김 부총리 발탁에 대해 교육현장의 보수ㆍ진보세력을 각각 대변해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원노동조합 모두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가 김 부총리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김 부총리가 경제전문가로서 교육에 문외한이고 공교육을 시장논리로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실한 대학교육이 산업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것을 지적, “불량품만 만들어낸다”고 주장해온 재계 등 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육의 기초생산자와 최종소비자의 이해가 엇갈린다. 노 대통령이 연초부터 ‘선진한국’ 도약이라는 기치 아래 인재양성과 기술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경제통 정치인을 통해 대학교육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그 의지가 최근 세차례 교육부총리 인선 과정에서 퇴색됐다. 권력실세의 추천의혹,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 합당 추진설 등이 불거지고 실용주의 국정운영 논란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가 교육을 이념적 잣대나 전문성만으로 접근, 신임 교육부총리의 향후 정책방향을 예단해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교육 수요자의 요구가 있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김 부총리의 정책추진을 지켜본 뒤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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