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북해의 호랑이’로 불렸던 아이슬란드가 글로벌 신용 위기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들어 자국 통화인 크로나 가치가 유로화 대비 22%나 급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이 자금 유출을 저지하기 위해 즉각적인 금리 인상 조치를 취했으나 금융시스템에 대한 투자가들의 불신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이스(FT)는 25일(현지시각)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이 최근의 통화가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해 15%로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날의 금리 인상조치로 달러 대비 크로나 가치는 6.3% 상승하고, 주식 시장도 15년 만의 최대폭인 6.2%나 급등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고 크로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지난 2월 아이슬란드의 인플레이션율은 6.8%에 달해 2004년이후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5%를 초과했다. 그러나 올들어 그 동안 부풀어 올랐던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율은 2.9%에 불과하고 올해는 거의 제로(0%) 성장을 나타낼 것이란 게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경상수지도 지난 2006년 GDP의 26%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16%대로 주저 앉았다. 특히 지난 수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뤄 온 은행, 보험, 부동산 등 금융부문이 시장불안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금융부문 총자산 규모는 2000년 96% 수준에서 2006년 800%대로 급팽창했고 올해는 거의 10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산업이었던 어업비중은 80년도 16%에서 2006년 6%로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아이슬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경제 규모가 작지만(연 200억달러규모) 1인당 GDP는 4만달러로 OECD 국가중 6위를 차지 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아이슬란드 경제의 급속한 구조 변동은 각 분야의 불균형을 심화시켰고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 같은 경제 시스템에 대한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신용시장에서 거래되는 은행채에 대한 부실위험에 대비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는 지난주 5년물기준으로 카우푸팅은행이 8% 포인트, 란스방키가 6% 포인트, 앵글로아이리쉬뱅크가 3.73% 포인트를 각각 기록했다. 또한 아이슬란드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국내 저축보다는 해외에서 차입해 온 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아이슬란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2006년에 아이슬란드 경제 보고서를 낸 토르 허버트슨은 “겉으로는 아이슬란드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이나 자기자본적정성 등도 국제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형적인 개방형 소국경제인 아이슬란드는 글로벌 위기가 심화되면 외부 충격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