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2일] 출혈경쟁 부담은 관객 몫

[기자의 눈/5월 22일] 출혈경쟁 부담은 관객 몫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 ‘한국 업체들이 큰 돈을 베팅하고 있다. 무조건 높은 값을 제시하라’는 공공연한 비밀이 나돌고 있다. 지난 5월14부터 21일까지 열린 칸 필름 마켓에서 국내 영화 수입ㆍ배급사들이 경쟁적으로 영화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20일까지 무려 100여편 이상의 영화가 한국업체에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품성 있고 재미있는 영화를 구입한다는 데 굳이 뭐라 탓할 것도 없지만 좀더 사정을 들어보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칸 필름 마켓은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으로 전세계 영화사가 작품을 사고파는 곳이다. 물론 국내 업체도 이곳을 통해 각국의 신작을 쇼핑하고 매입한다. 그런데 올해는 여느 해와 특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 침체로 국내 영화 중 제대로 팔 것이 없어 답답한 노릇인데 수입 영화들의 가격이 턱없이 오르고 있어 더 그렇다. 환율이 오른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국내 업체 간의 과열경쟁에 따른 영화 수입가격 인상은 그저 넘길 수만은 없다. 국내 중견 수입업체인 A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판매업체가 처음 내놓은 가격의 60~70%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업체 간 과열경쟁으로 웃돈을 주고도 작품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문제는 기존 수입사보다는 신생 업체들이 작품 선점을 위해 무리한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한 작품을 놓고 국내 업체 3~4곳이 경쟁을 벌여 가격만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 일부 작품의 경우 당초 시장에서 형성됐던 예상 가격의 2배 가까이 오른 경우도 있다. 국내 업체 간의 과열경쟁에 따른 피해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공연 기획사들 사이에도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영화 수입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극장 요금이 당장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업체들의 무리한 베팅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내 영화사업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영화 시장이 침체돼 극장에 내놓을 만한 작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계산기를 제대로 두르려 보지도 않고 투자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점이다. 결국 그 비용은 관객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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