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과거반성보다 미래 방점… 시작부터 우려

■ 아베 담화 논의 착수

과거 침략·사죄 언급 전혀 없이 적극적 평화주의 강조에 역점

美 "무라야마 담화 계승" 요구

동북아시아 정세를 좌우할 중대 변수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 담화가 논의 첫 단계부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5일 담화 초안을 작성하는 민간 자문위원들의 첫 회의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과거'를 반성하기보다 '미래'의 역할에 방점을 찍으면서 아베 담화가 식민지배와 침략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26일자는 전날 간담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미래지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다섯 가지 담화의 논점을 제시하며 과거의 침략이나 사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담화의 윤곽을 제시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언급한 다섯 가지 논점은 전후 일본의 평화주의와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 21세기 일본이 나아갈 길을 부각해 자신이 표방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전후 70주년을 맞아 발표되는 아베 담화가 1995년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역사인식을 반영해온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표현을 어디까지 계승할지 주목된다. 전후 5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를 끼치고 고통을 줬다"며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전후 60주년 담화문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내용과 표현을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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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앞서 담화를 "전반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으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진심으로 사죄' 등 핵심 표현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과거 담화의 표현을 어디까지 살리고 무엇을 첨가할지는 한국·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은 물론 미국·일본 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미 정부가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 관련 문구를 계승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도 이날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표현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담화에 담긴) 사고방식을 바꾸면 안 된다"며 "그것이 바로 '키워드'"라고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핵심 단어들이 새 담화에 포함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26일자 사설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 같은 핵심 단어와 무라야마 담화를 무시하는 것이 새 담화의 목적이라면 (담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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